3국 협력 다짐한 한중일…북한·경제 현안엔 미묘한 차이

어제(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한국의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3국 협력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3국 장관은 지난해 5월 열린 3국 정상회의 합의 사항을 토대로 각종 교류 사업을 추진하자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3국은 공동 해결 과제로 ▲ 지속가능 발전 ▲ 보건·고령화 ▲ 재난구호·안전을, 미래지향 협력 목표로 ▲ 경제·통상 ▲ 과학기술·디지털 전환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미래를 책임질 청년 세대 교류를 더욱 확대하고, 올해 4월 개막하는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 관련 사업 추진에도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양자회담에서 문화교류 복원에 노력하기로 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3국은 이와 함께 올해와 내년 각국이 주관하는 정상 참석 행사에 대한 상호 협력도 약속했습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고, 내년 APEC 행사는 중국에서 열립니다.

지난해 한중일 정상이 정례화에 합의한 3국 정상회의는 올해 일본이 조속한 개최를 준비 중입니다.

한일 간에는 양자 회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소통도 이뤄졌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이번 첫 방일 과정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양 장관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합동 예방과 환영 만찬을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거듭 주변에 서로가 '가장 신뢰하고 좋아하는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3국은 북한 문제나 경제 협력 등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묘한 입장 차이도 보였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러시아와 불법적 군사 협력에 대해 한·일과 중국의 입장은 갈렸습니다.

이와야 외무상은 회담에서 자신이 먼저 북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 비핵화가 한중일의 공통 목표라고 못 박았습니다.

조태열 장관도 이에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과정에서 북한이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3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각 측이 '한반도 문제의 근원'을 직시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경제 협력에 대한 발언 수위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왕이 주임은 기자회견에서 "역내 경제 통합을 추진할 것도 합의했다"며 "3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확대 추진, 지역 공급망 원활화를 위한 대화와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조태열 장관과 이와야 외무상의 경제 협력 추진 발언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역내 경제 협력에 있어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미국의 한·일 등 동맹국에 대한 관세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번 기회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왕이 주임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합동 예방한 자리에서 "우리 세 나라에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며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세계에 직면해 동양의 지혜가 가득한 이 격언은 3국 협력의 중요한 현실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