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자유형 미집행자들을 추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실형이 확정되었음에도 형 집행을 피해 도주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숨어있는 자유형 미집행자와 그들을 쫓는 검찰 수사관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특히 최근에는 불구속 재판이 많아져 수사관들이 쫓는 자유형 미집행자가 수백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부동산 전문가이자 수백억의 자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자신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를 자서전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전세 사기꾼이었다. 그는 세입자들과는 전세 계약을 하고 뒤로는 월세 계약을 하며 이중 계약을 했고 은행에 허위 계약서를 제출해 추가 담보 대출까지 받았던 것.
이에 세입자들은 건물주인 이 회장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그는 이미 다른 사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고 유죄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던 중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 회장은 어느 날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2020년 9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증발해 버렸다.
전세 자금과 사라진 이 회장은 그 후 궐석재판으로 징역 8년형이 확정되었지만 도주해 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의정부지검 수사관들은 4년 6개월 동안 그의 뒤를 쫓았다.
이 회장은 자서전을 출판한 출판사에 차일피일 미루며 출판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전세 사기 이후에도 계속 사기를 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검 집행팀은 투자금 사기, 임차 보증금 전세 사기 8건이 병합된 사건의 범인이었던 이 회장의 수사 자료를 통해 의미 있는 단서를 많이 찾아냈다.
그리고 오랜 추적을 통해 그가 최근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해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전주에서 그의 행적이 포착됐다.
주변에 사우나 대표로 알려진 이 씨는 며칠 전까지도 일행들과 식당을 찾는 등 도망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여유로운 모습이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수사관들은 계속해서 이 씨를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그를 돕는 조력자 조 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조력자의 뒤를 쫓아 이 씨 검거에 성공했다.
선고 내용 모른다고 발뺌하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이 씨. 그는 전세 사기에 대해 추궁하자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같은 분의 병간호를 하느라 도주가 불가피했다며 핑계를 댔다.
결국 이 씨는 1635일의 탈주극 끝내게 되고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그가 그동안 사우나 대표로 또 다른 사기를 치고 다녔음을 확인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사우나의 서류상 소유주는 30대 송 씨. 그는 투자 피해자였다. 이에 이 씨가 건물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모든 빚은 명의자 앞으로 가게 되었다.
이 씨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보증금을 빼돌리고 직원들의 임금도 주지 않았다. 이에 이 씨의 30년 지인은 그가 적은 피해액의 피해자와 합의를 한 후 가석방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이 씨는 검거 8일 만에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주 중에도 추가 범죄를 이어갈 확률이 높은 자유형 미집행자. 이에 수사관들은 "어느 정도 본인들이 알고 있다. 구체적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자신을 추적하겠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강제 수사가 불가능해 통신 기록 분석도 제한적인 수단만으로 검거에 나서고 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이에 전문가는 "도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금융 거래를 하거나 자기 이름으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건 드물다. 대부분이 다른 사람 명의로 하는데 그걸 추적하기 위해서 무관계한 제삼자가 휘말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다가가서 피해를 야기하고 심각한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면 국가 때문에 발생한 피해라고 볼 수 있다. 해외처럼 도주죄를 구성하거나 형집행 면탈죄를 새로 신설하거나 해서 그 자체로 새로운 범죄로 규정한다면 형사소송법상의 압수수색, 통신추적, 계좌 추적이 모두 도움 될 수 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피해자들에게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며 억울하게 사기가 되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고 이에 피해자들은 분노했다.
이에 방송은 "당신이 어디서 언제까지 법의 심판을 외면하더라도 언젠가 그 죄의 무게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