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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덕 앞에서 무력감…"비행의 신이라도 안 돼"

<앵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80일이 지났습니다. 최근 항공사들은 참사 당시와 같은 모의 상황 속에서 조종사들을 훈련시키고 있는데요.

조종사들의 반응은 어떤지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류 충돌로 양쪽 엔진이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스 기장을 그린 영화입니다.

승객을 모두 살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불시착 자체를 조종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조사 당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논란을 불렀지만, 항공기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훈련에 흔히 쓰이는 게 영화에도 등장하는 시뮬레이션 비행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 이후 국내 여러 항공사에서,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이런 시뮬레이터란 기계에서 모의 비행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도와 속도, 기상 등 참사 여객기와 같은 조건에서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진 채 무안공항에 착륙해 보는 겁니다.

양쪽 엔진 모두 추력을 잃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어서 잘하지 않았던 훈련입니다.

현직 조종사들은 착륙에 성공하는 것조차 희박한 확률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A 항공사 조종사 (7년 차) : 투엔진 페일은 그래서 극한 상황이기 때문에 거의 없는 일이라고 생각…. 크래시(추락)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B 항공사 조종사 (22년 차) : (교관이 설명해 주길 시뮬레이터로)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바다에 추락하는 경우, 활주로에 가보지도 못하고 지상에 충돌하는 경우….]

가까스로 착륙에 성공했더라도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둔덕이 가로막고 있는 경우라면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C 항공사 조종사 (8년 차) : (당시 사고기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잘 가지고) 활주로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조종사로서는 무력함밖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A 항공사 조종사 (7년 차) : 가장 믿었던 런웨이(활주로)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저희가 훈련하면서 그걸(콘크리트 둔덕)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참사 이후 국토부가 조종사 훈련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지만, 조종사들은 사고 원인의 본질에 애써 눈을 돌리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타내고 있습니다.

[D 항공사 조종사 (13년 차) : (엔진) 파워를 두 개 다 잃은 상태잖아요. 그렇게 되면 거기다 안 부딪칠 수가 없어요. 그 앞에 그게 있으면….]

[B 항공사 조종사 (22년 차) : 조종사로서의 회의감 그런 것도 좀 느낄 수 있고…. 제가 볼 땐 비행의 신이 와도 안 될 거 같은데요?]

(영상취재 : 조창현·제 일, 영상편집 : 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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