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은 한마디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혈투였습니다. 각각 크고 작은 흠결을 품고 있으면서 서로 음해하고 수사의뢰하는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되는 17일 사분위 결과의 방향은 두 회사가 완전히 결별하는 비극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 논하는 수출 원팀의 꿈은 공염불이 될 판입니다.
이렇게 태어날 KDDX가 우리 해군의 차기 주력으로 온전할까?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합니다. 청년인구 급감으로 병력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지만 KDDX는 대규모 병력으로 가동되는 함정이 될 전망입니다. 미래지향적 차기 구축함이 아니라, 해군이 확정한 십수년 전 소요로 지어지는 올드한 배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갖은 논란과 일정 지연으로 이왕 늦은 김에 진짜 확실한 최신형 구축함을 짓는 사업으로 새 판을 짜는 방안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1년 소요 확정…20년 후 전력화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3년 개념설계 완료 이후 2015년쯤 기본설계를 마쳤어야 했습니다. 연이어 5년 동안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면 KDDX는 2020년쯤 바다로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개념설계 이후 변수가 생겼습니다. 정부가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건조하는 전력증강계획을 새로 세운 것입니다. 정조대왕급 사업이 돌아간 7~8년 동안 KDDX 사업은 멈췄습니다. 그래서 KDDX의 기본설계는 겨우 2020년 착수됐고, 이제야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2011년 소요 확정, 2013년 개념설계 완료, 그리고 10년 건너뛰어 2023년 기본설계 완료입니다. 여기에 HD현중의 기밀탈취 이슈가 불거져 1년 여 동안 시끄러웠고, 올해야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의 착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해군의 옛 소요는 그대로인데 사업 기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2030년대 해군이 나아갈 방향에 맞지 않는 늙은 KDDX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구절벽에 병력 위주의 KDDX?
병력 귀한 줄 모르던 14년 전 소요를 따르다 보니 KDDX는 1척당 승조원 150명으로 계획됐습니다. 경하배수량 7,100톤급 규모에 걸맞는 승조원이지만 첨단 함 건조 기술과 병력 급감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승조원 수입니다. 병사 빼고, 간부만 배에 태우겠다는 해군 구상과도 정면충돌합니다.
2030년대 주력이 될 KDDX라면 승조원은 100명 이하가 돼야 합니다. 인구 절벽이라는 도전에 맞서는 국방과학기술 고도화의 결과는 승조원 줄어든 최신 함정으로 귀결돼야 합니다. 해군의 한 예비역 제독은 "기존 함정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건조할 함정들은 승조원 절감을 최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