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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사업 방식 다음 달 17일 결정…8개월 장고의 결과는? [취재파일]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이 다음 달 17일 방사청의 사업분과위에서 결정됩니다.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산자부의 심사를 통과해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한 달 보름 만에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대 방식 중 하나가 낙점되는 것입니다.

SBS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분과위는 현재까지 3개 방식의 순위를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방사청의 선호는 1안 수의계약, 2안 경쟁입찰, 3안 공동개발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의계약은 HD현중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떠안기는 방식입니다. 경쟁입찰은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HD현중과 한화오션의 기술과 가격 정면승부입니다.

2개 조선소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함께 나눠 맡는 공동개발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됩니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의 싸움입니다. 7.8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임에도 수의계약, 경쟁입찰 모두 취약점이 두드러져 걱정입니다.

사상 최대 기밀탈취 덮고 수의계약

HD현대중공업의 KDDX 모형

HD현중에 사업을 맡기는 수의계약의 약점은 HD현중과 방사청의 도덕성 이슈입니다. HD현중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탈취 범죄를 저질렀고, 방사청은 HD현중에 엄벌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더해 KDDX의 최종 사업인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마저 수의계약으로 HD현중에 넘기자니 서로 염치가 없는 것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HD현중은 KDDX 개념설계 기밀을 필두로 장보고-Ⅲ Batch-Ⅱ와 Batch-Ⅲ, 장보고-Ⅰ 등 잠수함의 각종 기밀, 특수전 지원함과 특수침투정, 훈련함 등 수상함의 각종 기밀을 훔쳤습니다. 훔친 기밀로 사업 참여하면 죄는 더 커지지만 벌은 없다시피 했습니다. HD현중은 대여섯 번이나 훔친 기밀로 각종 사업에 제안서를 들이밀었습니다. 부정당제재가 뒤따르는 청렴서약 위반 소지가 컸습니다. 방사청은 대여섯 번 청렴서약서 위반 의심 사례 중 딱 한 번만 조사했습니다. 이마저도 대표 등 임원이 비리 몰랐다는 명목을 내걸고 HD현중에 면죄부를 줬습니다. 이로써 대표 눈 가렸다고 우기면 부정당제재 피하게 되는 대한민국 방위사업의 희한한 선례가 생겼습니다.

HD현중은 여러 번 감점 맞을 위기도 피했습니다. 한 번은 방사청, 다른 한 번은 검찰 덕을 봤습니다. 우선 방사청이 2019년 9월 감점 조항들을 개정해줘서 HD현중은 과거 원자력 관련 사업 부정당제재에 따른 감점을 면했습니다. 조선소 임직원 등 기밀탈취 혐의자 12명에 대한 검찰의 기소 및 기소유예 처분이 2020년 9월 말 이뤄진 것도 절묘했습니다. 두 달만 일찍 기소 및 기소유예 처분이 됐어도 관련 규정에 따라 감점을 맞았는데 이를 피한 것입니다. 기소권을 쥐고 있던 검찰청의 지검장은 작년 조선소 지주회사의 고위 임원에 취임했습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조차 "2020년 HD현중에 우주의 기운이 몰렸던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감점으로 승부 나는 경쟁입찰

한화오션의 KDDX 조감도

경쟁입찰도 단점이 있습니다. HD현중은 감점을 여러 번 피했지만 마침내 2020년 9월 기밀탈취 혐의 임직원들 기소 및 기소유예 처분으로 감점을 맞았습니다. 경쟁입찰 하면 HD현중은 감점 안고 경기를 뛰어야 합니다.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해 실력은 앞섭니다. 한화오션은 출발선이 다소 뒤에 있어서 난감합니다. KDDX 개념설계는 했지만 기본설계를 HD현중에 빼앗긴 탓에 실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방사청은 실력 좋은 HD현중이 기밀탈취 감점으로 탈락할까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품행은 방정치 못하지만 그래도 공부 잘하는 학생한테 마음이 기우는 성적 지상주의 교사의 모습이 방사청에서 엿보입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고 사업 난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KDDX 사업을 잘 가게 하려면 악마하고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이 똑같이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현실도 방사청에 부담입니다. 산자부가 양사의 KDDX 개발 능력을 인정했는데 한화오션만 배제하자니 께름칙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상세설계를 앞두고 2개사를 방산업체로 지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어떻게 뚫고 갈지 막막하다"고 털어놨습니다.

방사청은 작년 7월 사업분과위를 열어 수의계약 방식을 결정하려고 했었습니다. 때마침 HD현중과 방사청의 도덕성 이슈가 불거져 방사청은 결정의 순간을 늦췄습니다. 8개월 지난 다음 달 17일 방사청은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방식을 확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덕성 이슈 중 해소된 것이 없어서 작년 7월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비슷합니다. 방사청이 장고를 거쳐 내놓을 결정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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