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 효과를 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결국 은행들이 하나둘 대출 금리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자 장사의 근원인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길게는 5개월 연속 벌어진 데다, 금융당국이 "이제 대출 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고 경고하고 야당까지 가산금리 산정체계 관련 은행법 개정을 서두르면서 은행들로서는 인하 압박을 더 버티기 힘든 상황입니다.
오늘(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휴 직후 31일 자로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p) 낮출 예정입니다.
상품별 예정 인하 폭은 ▲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지표금리) 0.20%포인트(p) ▲ 전세자금대출 0.01∼0.29%p ▲ 신용대출금리 0.23%p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와 여기에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로 구성됩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에 업무원가·법적비용·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다고 설명하지만,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은행권은 지난해 3분기 이후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계속 올리다가 약 반년만인 이달 13일 신한은행이 최대 0.3%p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인하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KB국민은행도 이번 주 월요일(27일)에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4%p 낮춘다.
가산금리 인하는 아니지만, 시장금리 하락분을 최대한 빨리 대출금리에 반영하자는 취지입니다.
조정 결과 24일 기준 연 3.86∼5.26% 수준인 KB국민은행 고정금리(혼합·주기형) 가계대출 금리는 연 3.82∼5.22%로 낮아집니다.
앞서 13일 SC제일은행은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p 올려 사실상 대출 금리를 0.1%p 내렸고, IBK기업은행도 17일부터 대면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금리 산정 과정에서 영업점장이 재량에 따라 깎아 줄 수 있는 금리의 폭을 상품에 따라 기존 수준보다 최대 0.4%p 키웠습니다.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결국 예대금리차를 키워 은행 배만 불린다는 지적과 비난이 거세지자, 최근 금융당국도 잇따라 은행권에 대출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16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이 법정 비용이라고 주장하는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민병덕 의원(민주당·대표발의자) 등 11명의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보면,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신용보증재단중앙회·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료를 가산금리 산입 금지 항목으로 명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메시지나 여론 등을 고려해 가산금리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일제히 가산금리를 낮춰 놓으면 이후 시장금리 하락과 맞물려 가계대출이 다시 너무 늘어나지 않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예 금융소비자들의 인하 요구 등과 상관없이 거꾸로 대출 금리를 올리는 은행들도 있다.
케이뱅크는 23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의 가산금리를 0.3%p 또 올렸다.
앞서 15일과 21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과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각 0.5%p, 0.3%p 상향 조정하고도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자금조달·운영, 신용리스크 등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다며 18일 가계대출 금리를 0.1%p 높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