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의 작가 노한동 씨는 10년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사표를 낸 이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무력감과 답답함의 근원을 생생하게 서술합니다. 그는 왜 공직사회를 '가짜 노동'이 만연한 곳이라고 했을까요? 왜 공무원은 이런 조직 문화의 희생자라기보다는 공범에 가깝다고 했을까요? 왜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문제를 비판하는 책을 썼을까요? 직접 들어보세요.
이주상 기자 : 우리 공직사회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대학생들 중에서 일반 사기업으로 가는 경우 말고는 고시라든가 이게 중요한 미래 비전 중 하나인데, 지금은 예전보다는 좀 많이 줄어든 상황이긴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되게 중요한 축인데요.
그렇게 해서 간 사람들이 이런 일종의 매너리즘, 매너리즘도 좋게 말했을 때고 나쁘게 말하면 영악해져서 빠져나가는 가짜 노동이 많이 생긴다고 얘기를 하셨잖아요. 이런 가짜 노동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책에서는 얘기를 하셨지만, 가짜 노동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를 해 주시면.
노한동 작가 : 가짜 노동의 세계는 세상은 많이 변하는데 이 안은 변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예로 들었던 거는, 국회가 열리기 전날 장관님 답변 자료 쓰느라고 전 직원이 새벽까지 스탠바이 하는 거. 그게 1년에 한두 번이 아니라 한 달에 한두 번 이상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거. 근데 사실 그 전에 장관님 예상 답변 자료 다 만들어 놓거든요. 거기서 별로 틀리지도 않습니다. 근데 그 뉘앙스 하나, 아주 지엽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 그 새벽에 이 난리통이 나는 거예요.
근데 이게 변하지 않더라고요. 윗사람을 잘 모셔야 된다라는 생각 때문에. 저도 10년 있었지만 10년간 전혀 변화하는 것이 없고 이런 예는 정말 수없이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밖의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 안의 세상은 이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생각 자체가 가짜 노동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근데 다 가짜 노동이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공무원들이 그래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쓰셨잖아요.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이 시스템 안에서의 피해자라기보다는 그걸 알면서도 공범에 가깝다.
이주상 기자 : 영리한 게 아니라 영악한.
노한동 작가 : 왜냐하면 가짜 노동의 세계,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면피의 세계 두 개가 합쳐진 세상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시간을 버티면 적당한 승진을 하고 적당한 명예를 얻는 구조입니다. 이게 어떤 일을 잘해보고 싶었던 사람한테는 좌절일 수 있겠으나 '일을 해결 안 해도 문제없겠네'라는 생각이 돌아가면서부터는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공직사회의 어떤 불만 같은 것들이, '정치권이라든지 이런 외부가 우리를 휘두르기 때문에 우리가 본래의 유능함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라는 억울함들이 있습니다.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휘두르는 가운데에서 적당한 명예와 적당한 승진을 추구했던 수많은 행태들까지 시민들이 다 옹호해 줄 수는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주상 기자 : 저는 이 책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거 하나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지원 구조를 효율화해서 예산을 절감하면 오히려 욕을 먹는다,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예산은 늘려야 된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되게 충격적인 내용이거든요. 예산을 절감하는데 왜 욕을 먹느냐. 공무원 생리에서는 당연한 걸 수도 있는 거겠죠. 예산을 확보해야 되는 측면에서는.
노한동 작가 : 문화재정 2%라는 문화체육관광부 목표가 있습니다. 전체 예산의 2%는 문화체육관광에 써야 된다. 지금은 1%대 초반이거든요. 목표 달성하려면 2배 늘려야 되잖아요. 근데 예산 구조를 효율화해서 100억인데 80억만 써도 동일한 효과가 납니다. 그러면 '누가 좋아하겠어, 그건 열심히 하고 좀 늘려봐' 이렇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미시 사정을 합니다. 근데 전년도와 동일한 것은 사실 보지 않습니다. 거의 보지 않고 통과. 준 것도 사실 별로 보지 않습니다. 전년도보다 예산이 늘었다거나 새로운 신사업이 있다거나 이런 것들만 보거든요. 그러니까 실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예전에 전년 동의였던 거는 기재부에서 안 보는데, 그냥 무사 통과인데 이걸 줄일 이유가 없는 거죠. 신사업을 발굴해서 반영시키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반대로 전년도에 있었던 사업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인데 이걸 내가 왜?
김수현 기자 : 효율화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노한동 작가 : 전혀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이런 것들이 우리 공직사회에서는 큰 인센티브 없이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수현 기자 : 그래서 PMO 얘기가 나오잖아요. 거기 보면 그런 구조 지원 사업 같은 거를 실제로 집행할 때 구조에 대해서 써놓으셨는데, 사실 그것도 모르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 이게 이렇게 돌아가나? 근데 결국은 전문가들이 와서 한다고 하지만 몇 개월 인턴이 와서 결국 실제로 하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더라, 그렇게 쓰셨잖아요.
노한동 작가 : PMO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한 것이고 그런 종류의 것들이 각각의 예산은 얼마나 많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아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실무자들은 아는데 표현을 못하는 거죠. 인센티브가 없으니까.
김수현 기자 : 혹시 그런 걸 좀 줄여보려고 시도를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노한동 작가 : 저도 사실은 그 역량을 늘리려 했던 것 같아요. 예산 늘리면 스스로도 좀 뿌듯하기도 했고, 그런 거는 저도 좀 반성해야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가짜 노동, 일이 없거나 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가짜 일이 너무 많다. 근데 진짜 노동은 하려고 하면 골치가 아픈 일이라는 거잖아요.
노한동 작가 :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얼마나 어려운 일들이 이 세상에 많습니까?
이주상 기자 : 제대로 하려면 사실 법도 바꿔야 되고 그러면 더 힘든 거죠.
노한동 작가 : 그렇죠. 부처 입장에서 요즘 법 하나 바꾸려면 1년 넘게 걸리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럼 이거 어떻게 해야 되죠?
이주상 기자 : 이 책을 읽다 보면 암담해요. 우리가 그런 고위 공직자들을 믿고,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를 이끌고 가는 사람인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 일을 하고 있구나. 우리 입장에서는 암담하거든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되죠?
노한동 작가 : 이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을 해요. 공직사회 바깥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안에서도, 저 같은 실무 공무원들이야 이게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만 저보다 위에 계신 분들은 사실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 안 하시거든요. 보고서 같은 거 문제다라고 하면 '그냥 열심히 써라, 뭘 그런 걸, 네가 생각이 많아.'
김수현 기자 : 생각하지 말고 그냥.
노한동 작가 : '거기도 일말의 진실이 있는 거고 우리 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그 자리 가보면 다 알아.' 이런 생각들이 있어서 문제라는 것 자체가 인식이 안 됩니다. 그러면 해결 방법은 당연히 안 나오는 거죠.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해결 방법이 나오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거를 우리 사회의 의제로 끌어올려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유능한 시스템이 돌아가 줘야 되는데 그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정확한 의제로서 한 번쯤 이야기해 볼 만한 주제 아니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