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다음 팬데믹은 준비 시간 없이 닥칠 것"…5년 전보다 잘 막아낼 수 있을까? [스프]

[뉴스쉽] 코로나19 국내 발생 5년... '윤 정부 포스트 코로나 대책' 점검

박수진 뉴스쉽 썸네일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얼마 전 독감이 의심돼 병원에 갔습니다. 열도 나고 목도 아픈 것이 예전에 겪었던 코로나 증상과도 비슷했습니다. 의사는 독감일 수도 있고 코로나일 수도 있다며 검사를 해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독감과 코로나 진단검사는 현재 모두 유료입니다. 집에 세 살이 채 안 된 아들이 있는 터라 두 검사 모두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감은 하는 게 좋은데, 코로나 검사는 양성 나와도 처방이 일반 감기약과 크게 다를 건 없거든요. 그래도 하시겠어요?"

물론 의사가 모든 환자에게 이런 말을 하진 않을 겁니다. 고령이거나 감염 취약층일 경우 팍스로비드와 같은 코로나 치료제가 처방되고, 증상이 위중한 경우는 여전히 입원 치료 대상입니다. 실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표본 감시 중인 코로나19 신규 입원 환자 66명(12월 4주) → 111명(12월 5주) → 131명 (1월 1주))

하지만 팬데믹이 한창이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많이 달라진 건 분명합니다.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해서 과거처럼 격리가 된다거나 사회생활이 제한되는 일은 없습니다. 감염이 의심되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일반 감기(인플루엔자)처럼 '일상을 함께하는' 바이러스가 된 겁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나온 지 5년

 
<5명 이상 모임 금지. 직계가족은 5명 넘어도 가능. 부모 없이 형제만 모이면 안 됨.>

아득하게 먼 옛날 같지만 이 거리두기 규제는 불과 4년 전, 2021년 2월 수도권 지역에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 중 일부입니다. 5명 넘게 모이진 말라면서도 직계가족은 가능하고, 다만 그 직계가족도 부모 없이 따로 사는 형제들만 모이는 것은 안 된다는, 지금 보면 다소 비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이 당시의 '거리두기'는 논란도 많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였던 이른바 'K-방역'의 핵심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K-방역(K-quarantine model),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코로나가 한창이던 당시에는 국내외에서 많이 거론되던 말입니다. 팬데믹 당시 문재인 정부가 주도했던 K-방역은 ▲3T 전략(Testing, Tracing, Treatment) ▲중앙 집중식 통제 ▲높은 마스크 착용률과 백신 접종률로 상징되는데, 거리두기는 대표적인 중앙 집중식 통제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정부 각 기관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거리두기 방침을 조정할 때마다 논란도 있었지만 국민들은 대체로 이 지침을 잘 따랐고, 팬데믹 초기 다른 나라에 비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박수진 뉴스쉽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중앙 통제식 K-방역은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델타,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진단검사와 추적이 무기였던 3T 전략은 힘을 잃었습니다. 추적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백신 접종'을 앞세우며 백신 맞은 사람만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이른바 '방역패스' 정책을 내세웠지만 여론은 이를 거부했고 법의 벽에 부딪히며 제대로 활용도 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위중증 환자가 급격히 늘며 이를 수용할 병상과 의료진은 점차 부족해졌고, 공공 병원을 총동원하거나 민간 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을 그때그때 늘리고 줄이는 식의 땜질식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K-방역 후반부에는 모든 것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 의료 체계를 관리하고 자원을 분배, 재배치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 의료 체계가 넘치지 않도록 확대하고 효율화하는 것에 부족함이 있었다. 정책은 현실에 맞게 바꿔가면서 대응해야 하는데 초반 전략을 변함없이 이어가는 오류가 나타났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2022.5.2. 국립중앙의료원 포럼 中)
 

'정치 방역' 대신 '과학 방역' 하겠다던 윤 정부... 무엇이 달라졌나

팬데믹이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 치러진 지난 대선.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K-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했고 앞으로는 '과학 방역'을 하겠다며 출범했습니다. 중앙 통제식 방역에 전 사회가 지쳐있던 터라 이런 '일성'은 기대감을 갖게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 방역'이란 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자율 방역', '표적 방역' 등으로 몇 차례 표현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박수진 뉴스쉽
여러 액션 플랜도 내놨는데요,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취임 후 100일 안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 ▲지속 가능한 감염병 대응 체계 ▲고위험군 보호 대책 ▲안전한 백신과 충분한 치료제 확보 등 34개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듬어진 윤석열 정부 120개 국정과제에도 ▲감염병 대응 체계 고도화 ▲재유행 대비 위한 치료제 확보 ▲위기 관리 대응 체계 고도화 ▲초고속 백신 치료제 개발 전략 마련 ▲롱코비드 조사 및 근거 중심 방역 추진 다수의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 포함됐습니다. 이런 계획들은 얼마나 진행이 됐을까요? 몇 가지 주요 대책을 짚어봤습니다.

1. 치료제는 충분할까?... 치료제 국가 예산이 0원인 이유

2025년도 질병관리청 예산안을 보면 먹는 치료제, 주사 치료제를 구매하기 위한 예산은 '0원'입니다. 전년도 예산은 1,790억 원 수준이었는데 왜 올해는 '0원'일까요? 이유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전까지는 정부(질병관리청)가 제약사로부터 치료제를 구매해 약국 등에 무상 공급하는 체제였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의료기관이 제약사로부터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시중 유통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직접 구매해 사용하면 수요 예측이 빗나가 치료제가 부족해지는 부작용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치료제 구매 예산 0원'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올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치료제 예산을 전액 감액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가능성 및 이에 따른 치료제 수급 불안 상황 등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적정량의 코로나19 치료제를 정부 차원에서 비축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의견을 바탕으로 보건복지위원회는 치료제 구매 예산 91억 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연말 국회 여야 정쟁 과정에서 증액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최종적으론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박수진 뉴스쉽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등 위기 상황 발생 시에 긴급 대응을 위한 비축을 위해 구입비 반영을 노력했지만 예결위 증액 심의가 논의되지 못해서 최종적으로 미반영됐다"면서도 "현재 치료제는 충분해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결위 증액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건 정치적 갈등 탓이지만 이 같은 결정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반 공급 체계가 이뤄진다고 해서 치료제 품귀 문제가 아예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최근 크게 유행 중인 독감의 경우 일시적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독감 치료제뿐 아니라 일반 감기약이 일시 품절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경우도 건보 적용이 결정되기 전인 지난해 8월, 갑작스러운 유행으로 입원 환자가 1천441명까지 늘며 치료제 부족 현상이 대두된 바 있습니다. 당시 치료제가 부족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국회가 건보 적용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전년 대비 50% 이상 감액해 편성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2.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감염병 전문병원은 만들어졌을까?

윤석열 정부 과학 방역 방안 중 하나에는 감염병 전문병원 중심의 의료 대응도 포함돼 있습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검사는 물론 공공 및 민간 의료기관의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을 교육시키고, 감염병 상황이 발생했을 시 환자 중증도에 따른 병원 배정 및 전원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지를 구급대원과 병원이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정하던 이른바 '주먹구구식 대응'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이런 권역별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6곳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중앙), 조선대병원(호남), 순천향대병원(충청), 양산부산대병원(경남), 칠곡경북대병원(경북), 분당서울대병원(수도권). 이 병원들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지정돼 왔습니다. 그럼 이 병원들은 감염병 전문병원의 역할을 현재 수행하고 있을까요?

유일하게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호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조선대 병원입니다.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 예정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은 부지 선정에 계속 차질을 빚다가 지난해 말에서야 을지로 인근 미 공병단 부지로 확정됐습니다. 공사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이 외 다른 4개 권역 병원은 논의만 몇 년째 진행 중입니다. 지정은 됐지만 지금 당장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제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습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당시 백신 후유증 및 보상 관련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돌연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는 요구에 컸는데, 질병관리청은 사인 불명 위로금 대상 범위를 기존 접종 후 42일에서 90일까지로, 금액도 최대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다만 폭넓은 백신 피해 부작용으로 인정되는 사유를 확대하는 논의는 구체적 진척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성과도 있습니다. 일반 의료 중심의 치료 체계 전환은 엔데믹 선언 이후 혼란 없이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감염병 정보를 한 곳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역통합정보시스템도 지난해 초 구축됐습니다.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관리 대책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롱코비드 조사연구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는 'Disease X'

'Disease X'. 미지의 감염병을 일컫는 말입니다. 어떤 감염병일지는 몰라도 코로나19처럼 언제든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실제 2015년 이후 코로나19 포함해서 직하, 말버그 등 10종류가 넘는 감염병이 출현했습니다. 최근 르완다에서 확산한 치명률 최고 88%의 급성 열성 전염병인 마르부르크병, 미국에서 가축을 통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등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 팬데믹은 준비 시간 없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현실이 되기 전에 보건 분야에 선제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