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새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는 원하는 모든 일 이뤄지길 간절히 바랄게요.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짧다면 짧을 한 달이었는데, 참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고, 예상치 못한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가애도기간까지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심란해졌습니다. 늦었지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간절히 빕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어쩌면 앞으로 가장 많이 뉴스에 오르내릴 '기관'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헌법재판소입니다. 아마도 2025년 초, 가장 뜨거운 곳을 뽑으라면 헌법재판소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질 않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등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바로 이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질 텐데요,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도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재판관이 부족해서 판결을 내리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고요. 다행히 최상목 권한대행이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8인 체제가 완성되었지만 여전히 1석은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헌법재판소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도대체 헌법재판소가 뭐 하는 곳인지, 그리고 현재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 건지, 또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1987년 개헌으로 자리 잡은 헌법재판소
그렇다면 헌법재판은 뭘까요? 일반적으로 법률관계에 대하여 갈등이 생기거나 다툼이 발생하면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해결하잖아요. 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하위 법령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혹은 국가기관이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필요한 게 헌법재판입니다. 그리고 이 헌법재판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헌법재판소인 거고요.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제9차 개정헌법에 의거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당시 6.10 민주항쟁으로 얻어낸 9차 개헌에서 대통령 직선제 등과 함께 헌법재판소 항목이 포함된 겁니다. 참고로 이때 개정된 헌법이 현행 헌법 체계로, 햇수로 따지면 38년째 개정 없이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되짚어보면 지난 1987년에 처음 헌법재판소가 생긴 건 아닙니다. 원래 1948년에 제정된 제헌헌법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조상 격인 헌법위원회 설립과 운영 내용이 담겨 있었거든요. 당시 헌법위원회에선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위헌법률 심판권만 갖고 있었습니다. 탄핵 심판은 탄핵 심판만 하는 탄핵재판소가 따로 있었죠. 그러다가 4.19 혁명 이후 이뤄진 3차 개헌에서 기존의 헌법위원회가 폐지되고 헌법재판소로 개편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하게 됩니다. 이후 유신헌법이 시행되면서 헌법위원회가 다시 부활했고요. 이때의 헌법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위원, 국회에서 선출된 3명의 위원, 대법원장이 지명한 3명의 위원,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는데요. 구조만 보면 현행 헌법재판소와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서슬 퍼렇던 유신정권 하에서 위헌법률 심판은 단 한 건도 진행되지 못했죠.
1980년 8차 개헌으로 성립된 제5공화국에서도 헌법위원회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물론 이때에도 전두환 독재정권 시기인지라 이전 박정희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헌법위원회는 유명무실했죠. 그러다가 6월 민주항쟁으로 쟁취해 낸 9차 개헌에서 유명무실한 헌법위원회를 폐지하고, 헌법재판소가 부활하게 된 겁니다.
헌법재판소 사건의 97.5%는 헌법소원
제6장 헌법재판소제111조
①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2. 탄핵의 심판
3. 정당의 해산 심판
4.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②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제2항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④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권한쟁의 심판, 헌법소원 심판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가장 첫 번째로 있는 위헌 법률 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가 여부를 심판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의 효력을 상실케 할 수 있죠. 1997년 동성동본 금혼 조항, 2005년 호주제를 날려버렸던 게 위헌 판결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탄핵 심판도 헌법재판소의 권한입니다. 만약 행정부의 고위직이나 법관 같이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 의회는 탄핵 발의를 해서 파면을 요구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진행하게 됩니다.
정당 해산 심판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경우에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정당을 강제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운영되어야 하죠.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에 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적으로 심판해 주는 걸 말해요. 국가권력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죠.
마지막으로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국민이 침해된 기본권을 구제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5가지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헌법소원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1988년 9월 1일부터 2024년 말까지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5만 2,384건. 그중 헌법소원이 5만 1,093건으로 무려 97.5%를 차지하고 있죠. 전자헌법재판센터라는 전자 시스템을 활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헌법소원을 제외한 그 외의 사건들은 비율이 채 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건 수가 적은 건 정당 해산 심판인데요. 1988년 이래로 단 2건(2013년, 2015년)만 접수되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통합진보당과 관련되어 있어요. 2013년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위헌 정당'으로 판단되면서 해산 처리되었습니다. 2015년엔 통합진보당 측이 해산 결정 재심을 청구했지만 2016년 헌법재판소는 각하(검토할 자격을 갖추지 못하여 검토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결정을 내렸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