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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자 몸조심' 민주당, 대선 시동 거나

[취재파일] '부자 몸조심' 민주당, 대선 시동 거나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지만, 정치공학적으로만 보자면 현시점에서 이번 사태의 최대 승자는 민주당이다. 날벼락같았던 비상계엄을 몇 시간 만에 신속히 해제했고 계엄에 연루됐던 주요 군 관계자들의 자백을 줄줄이 이끌어낸 데 이어 계엄 11일 만에 '우두머리'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밑바탕에는 물론 국민 지지가 있었지만 이번 내란 사태는 민주당이 주도해 제압했다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민주당 의원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그런 민주당의 요즘 모드는 '부자 몸조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승리의 함성이나 박수 대신 짧은 환호성만 잠깐 터져 나왔다가 이내 그쳤다. 본회의장을 나서는 민주당 의원들은 웃거나 떠드는 대신 표정관리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니, 웃거나 좋아하지 말자"는 지침이 미리 내려왔다고 한다. 그날 주요 당직자들이 참여한 단체텔레그램방에 "국민의 승리"라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또 다른 당직자가 "승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습니다"라고 주의를 줬다는 말도 들린다. 윤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최대 수혜자는 누가 봐도 민주당이지만, 자칫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칠까 몸조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60일 안에 치러져야 할 조기 대선 이야기도 당내에선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지도부 의원은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직 헌법재판소 판단이 남았고, 공석인 헌법재판관 임명은 미뤄지고 있으니 공개적으로 대선을 언급하기에 이른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 여야 정치인 가운데 다음 대선 생각을 머릿속으로 그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는 결국 정권을 잡기 위한 싸움 아닌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이미 민주당 내부에선 조용히, 그러나 착실하게 대선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당내에선 이미 지난 10월부터 집권플랜본부를 꾸렸다. 계엄 사태가 불거지기 전이지만, 공교롭게도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은 계엄 사태를 미리 예언했던 김민석 최고위원이다. 구성원 면면을 보면 친명 핵심들로 채워졌다. 현실적으로 대선 캠프를 꾸릴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조기 대선 특성을 감안해, 원내에선 집권플랜본부의 골격이 그대로 대선 캠프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당 안팎으로는 경기도, 성남시 출신 인사들이 몸을 풀거나 속속 모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난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국민 성명 역시 사실상 출마선언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다. 사실 이날 성명은 헌법재판관 임명하지 않겠다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고 내란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지만 후반부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국민과 역사의 명령에 따라 빛의 혁명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되겠습니다. 국민이 가리키는 희망의 길을 거침없이 열어나가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주어는 없었고, 있다 해도 민주당이겠지만 주어를 이재명으로 대체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문장이었다. 이날 성명을 이 대표가 직접 공들여 다듬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갤럽 장래 지도자 선호도에서 역대 최고치인 37%를 찍었다. 명실상부한 '원톱'이다.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가장 유력한 주자로 나서리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민주당이나 이 대표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당장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도 미뤄지고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부총리가 바로 임명을 해줄지도 미지수다. 고질적인 사법리스크는 이제 가장 큰 리스크로 코앞에 닥쳤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사건 2심 선고가 언제 나올진 모르지만, 만약 대선에 임박해 유죄가 나올 경우엔 치명적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 대표 선호도도 상한가지만 아직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소리가 나오기엔 이르다고 보는 이유다.

공개적으로는 이르지만 물밑에선 이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른바 '부자 몸조심'과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정권을 가져올 수 없다. 탄핵의 강을 넘어 민주당과 이 대표가 어떤 비전과 리더십을 제시할지, 국민이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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