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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보험금 노린 남편의 계획적 살인일까?…비눌치고개 아내 교통사고 사망 사건 '진실 추적'

그알

비눌치고개에서의 33분, 그날의 비밀은?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비눌치고개에서의 33분 - 아내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라는 부제로 비눌치고개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20년 6월 2일 오후, 화성시 어천저수지 인근 비눌치고개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50대 부부가 타고 있던 대형 세단이 1차선 왕복도로에서 비탈길로 추락했다는 것.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남편 박 씨는 정신을 차린 후 화재가 발생한 차량에서 아내를 꺼낸 후 119에 신고를 했다.

구조대가 도착한 당시 이미 심정지였던 아내 현선 씨. 이후 응급실에서 극적으로 심장박동이 돌아온 현선 씨. 하지만 그는 심한 뇌 손상으로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2주 뒤 사망했다.

그리고 남편 박 씨는 운전을 하던 아내가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를 피하려다 사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해당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보통 운전자는 위험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핸들을 돌리기 때문에 동승자가 많이 다치는데 조수석에 탑승한 남편 박 씨는 별다른 외상없이 당일 4시간 만에 걸어서 퇴원했던 것.

또한 아내 현선 씨의 뇌 손상은 교통사고로 인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해 더욱 의문을 자아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남편 박 씨의 행동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아내의 연명 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에 안도하는듯한 반응을 보이고 사고 후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고 아내가 사고 당시 입었던 옷을 세탁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는 것.

모든 것이 석연찮았던 현선 씨의 동생은 언니의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현선 씨의 머리나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는 "교통사고에 의한 손상으로 뇌 손상이 오려면 심장이나 뇌가 크게 다쳤어야 한다. 최소한 뇌 손상을 일으킬 만한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중요 장기나 다른 장기에도 전혀 손상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차량 전소로 블랙박스 영상은 확보 불가하고 현선 씨의 옷에 대한 국과수 감정도 실시되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미궁에 빠진 사건.

그런데 사고 발생 3년 후 남편 박 씨가 살해 혐의로 구속되었다. 검찰은 현선 씨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이 아니며 박 씨가 현선 씨 사망 후 보험금으로 받은 금액이 5억 원 상당이었던 것에 주목하며 고의로 살해했다고 판단했던 것.

그러나 남편 박 씨의 지인들은 박 씨가 그런 정도의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며 아내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한 것만 봐도 터무니없는 의심이라고 주장했다.

부부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시점부터 119 신고 직전까지 비눌치고개에서의 33분. 외진 곳에 위치한 비눌치고개는 아는 사람들만 갈만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부부가 이곳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박 씨는 자신의 운전면허 취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아내와 드라이브를 하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고 지점에서 3킬로 떨어진 식당의 CCTV에서 부부의 차량이 포착되었다. 그런데 운전석에서 내리는 것은 아내 현선 씨가 아닌 남편 박 씨.

차로 4분 거리에서 사고가 날 때 운전자는 아내였다고 주장한 박 씨. 이에 박 씨는 식당까지 자신이 운전한 것은 맞지만 아내가 자신의 면허가 취소된 것에 대해 짜증을 내며 운전자를 바꾸자고 했고, 이에 운전자를 바꾼 후 주행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선 씨의 동생은 현선 씨는 큰 차를 운전하지도 못할뿐더러 운전이 굉장히 미숙해서 외진 장소에서 운전이 어렵다고 했다.

식당 CCTV에 두 차례 화장실에 다녀오는 모습이 포착된 남편 박 씨. 그는 식당에 두 번 간 이유에 대해 캠핑 답사 때문이었으며 화장실에 두 번 방문한 것도 화장실 문제에 민감한 아내가 화장실 답사도 하자고 해서 방문했다는 것.

가족이 함께 캠핑을 갈 예정이었다고 밝힌 박 씨. 그러나 그의 딸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딸은 "엄마랑 같이 땅 사러 가는 거다, 세입자 만나러 가는 거다 이런 핑계를 대면서 같이 갔다"라며 현선 씨 명의로 된 매물 때문에 화성시에 종종 방문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딸은 박 씨가 현선 씨와 동승할 때마다 블랙박스를 꺼놓았다는 이야기를 현선 씨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또한 사건 전날에도 두 사람이 함께 어촌저수지에 갔다고 밝혔다.

박 씨는 현선 씨와의 드라이브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면허취소 사실 고백, 캠핑 장소 사전답사, 오피스텔 분양권 문제 등 계속 진술을 번복했다. 그리고 현재는 여행 답사를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에 보험 관계자는 현선 씨 앞으로 사망 시에 3억 원이 지급되는 국내 여행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며 최초 가입은 5월 22일이었고 6월 1일에 연장 신청을 했는데 사건 전날 연장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검찰은 여행자 보험이 가입된 IP가 박 씨의 사무실이었던 것을 확인했다.

또한 전문가는 박 씨의 진술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씨는 사고 전 운전자를 바꾸는 과정에서는 아내에 대한 진술만 하고 사고 후 구조 활동에 대해서는 본인에 대한 진술만 했던 것. 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강조하는 듯한 진술이었다.

그리고 사고 상황에 대해 동물이 어디서 나타났고 아내가 어떻게 했고 그래서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전지적 시점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의아해했다.

방송은 교통사고 감정사와 남편 박 씨가 진술한 사고 상황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 감정사는 박 씨의 진술대로라면 사고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속 50km로 달리다가 급커브를 해서 산 밑으로 추락했다면 부부의 차가 정차해 있던 지점보다 훨씬 먼 곳으로 추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도로에 바퀴 자국이 남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뮬레이션으로 사고를 재현하자 감정사의 분석과 일치했다. 그리고 실제 사고 지점으로 차량이 추락하려면 박 씨의 주장과 달리 시속 28km로 주행했을 때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정사는 "스쿨존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속도를 30km 정도로 본다.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 급제동해서 설 수 있는 안전 속도인 것. 동물이 나왔어도 똑같다. 해당 속도라면 동물이 나왔을 때 급제동해서 서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고 지점으로 추락하려면 핸들을 180도 이상 돌려야 하는데 이는 운전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그 길로 내가 들어가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조향 했을 때 가능한 부분인 것.

전문가는 외상 없이 심정지를 시키려면 중독이나 질식이 수반되는 경우 가능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또 다른 전문가는 앞니치열과 마주하는 위입술점막 및 아랫입술점막에 다발성 좌상이 있다는 부검 결과에 대해 "이는 보통 코와 입을 강하게 막는 방법으로 사망한 피해자에게 생길 수 있는 상처다"라며 "얼굴 위 다수의 멍도 코와 입을 강하게 막았을 때 나오는 흔적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 씨가 만약 계획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 비눌치고개를 범행 장소로 택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에 박 씨의 차량이 사건 발생 한 달 전 한 달 동안 비눌치고개를 18회 통과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전문가는 "지형과 장소에 대해서 사전에 여러 차례 답사를 하고 어디가 좋을지 탐색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은 차량이 전복된 후 비탈길에서 실행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박 씨는 현선 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심리적 충격으로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는 이런 경우에는 심장 보다 호흡기 쪽 문제가 우선적이라며 심리적으로 놀라서 심정지가 오는 일은 정말 드물며 고라니를 보고 놀라서 심정지가 올 확률은 0.000000001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전문가는 박 씨 측의 주장은 박종철 열사가 사망했을 때 경찰에서 "탁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라고 얘기한 격이라고 덧붙였다.

유방암으로 항암 치료까지 하며 투병 생활을 했던 현선 씨는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했다. 박 씨는 현선 씨 사망 1년 전, 자신의 부동산 사무실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내연녀를 위한 카페를 차려주었고 월세와 관리비까지 지원하며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한 것.

그리고 현선 씨는 딸의 학업 때문에 딸이 대학에 갈 때까지만이라도 이혼하지 않고 버티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와중에도 박 씨는 돈을 아끼지 않으며 내연녀와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것.

그런데 박 씨는 실제로 채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위임받은 원룸 47개에 대한 전세 사기를 쳤다. 박 씨는 집주인에게는 월세라고 속인 뒤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받아 호화로운 일상을 즐겼던 것. 전세금을 따지면 무려 20억 원이 넘는 금액.

특히 그는 현선 씨의 명의로 매물을 매입해 전세 사기에 이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사망 당일에도 현선 씨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습관적으로 반복된 거짓말을 했던 박 씨는 현선 씨가 사망한 후 외제차를 구입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수백만 원의 물고기를 기르기도 하고 내연녀와의 관계도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박 씨는 딸에게 변명으로 채워진 편지를 보냈다. 딸의 상황을 걱정하기보다는 그날의 사건이 일어난 경위와 무고함을 설명하는 내용으로만 가득 찼던 편지.

전문가는 "딸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 딸의 상태에 대해 전혀 배려가 없다"라며 "경찰에 진술할 때도 이렇게 해야 해, 나와 맞춰야 해, 동일해야 해하고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더 소름 끼친다"라고 탄식했다.

이에 딸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박 씨가 범행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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