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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살리기 위해 벤다'…거문오름 삼나무, 10만 그루 없애는 이유

제주 거문오름 간벌 전과 간벌 후 모습 비교.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  간벌 전 거문오름 삼나무림 모습(왼쪽)과 간벌 후 복원된 모습. 

제주 세계유산본부가 거문오름 일대에 수십 년 전 심었던 삼나무를 대거 제거하기로 헸습니다.

앞서 인위적으로 조성한 삼나무를 일부 베어내자 고유의 식생으로 되돌아가는 효과를 확인한 이후, 자연생태계 회복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17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거문오름 생태계 복원을 위해 대규모 식생 정비 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기생화산인 거문오름은 분화구로부터 흘러나온 용암류가 지형경사를 따라 흘러내려 생겨난 봉우리 산으로, 주변에는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학술적 자연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07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1970∼1980년대 정부 차원의 인공조림 사업으로 이곳 오름 일대에 대대적으로 삼나무를 심으면서 최대 인공림이 됐는데,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공림이 우거진 삼나무숲 구역은 삼나무가 너무 빠르게 높게 자라는 바람에 햇빛을 가려 다양한 식생이 자라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나무림이 제주 고유 자연 생태계를 교란하고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며 일시에 제거하는 것보다 일정 기간을 두고 여러 차례 제거하는 방법을 주장해 왔습니다. 

전문가의 주장에 따라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2016년 거문오름 바깥쪽 경사면에 심은 12.5㏊ 구간의 삼나무 50%를 간벌한 바 있습니다. 

이후 5년간(2018~22년) 모니터링한 결과, 간벌지의 생물 다양성이 크게 향상되고 천연림과 유사한 생태구조로 변화하는 등 자연식생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한 세계유산본부는 2029년까지 6년에 걸쳐 42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거문오름 내 삼나무 10만 그루(60.15㏊) 전량을 단계적으로 간벌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올해는 우선 2억 원을 들여 이달 중순부터 탐방로 구간 7.06㏊에 있는 삼나무 7300여 그루를 솎아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간벌 구간은 탐방객이 이동하는 구간으로 50% 간벌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자연식생이 자랄 수 있도록 조성할 방침입니다. 일부 구간은 70%까지 베어내 정상부 조망권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이 완료되면 거문오름은 더 이상 인공림이 아닌 자연에 의해 형성된 천연 자연림으로 완전 복원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희찬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식생 정비를 통해 거문오름의 생태적 건강성을 되살려 세계유산지구로서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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