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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육상 탄소 저장고' 깨어나면 기후변화 속도 걷잡을 수 없어

유난히 더운 봄이었다. 이미 4월부터 전국 곳곳이 여름 날씨를 보이면서 이상신호를 보내왔다. 지난 4월 14일에는 강원 영월과 정선의 최고 기온이 32.2도까지 치솟았다. 조금만 더 더웠으면 33도인데, 33도는 폭염특보*의 기준이기도 하다. 정선은 역대 4월 중 가장 더웠던 날로 기록됐고, 영월도 두 번째로 더운 날이었다. 5월 역시 영남과 강원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30도 이상의 더위가 나타나면서 익숙지 않은 봄 날씨를 보내야 했다.
툰드라
▲ (빨간날이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날로 봄철 대부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 봄(3월~5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13.2도로 기록됐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퍼진 1973년 이래 역대 두 번째 더운 봄이었다. 이동성고기압이 자주 영향을 주면서 맑은 날이 많았던 데다, 따뜻한 남풍 계열이 자주 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고기압성 흐름이 자주 나타났던 원인은 인도양 아라비아해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높은 해수온도로 인해 대류활동이 활발해졌고 이렇게 유발된 파동이 중위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는 고기압성 흐름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봄철 가장 높았던 평균기온은 13.5도로 작년인데, 문제는 이런 날씨가 한 두 해에 걸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10년의 봄 날씨 중 8번이 역대 10위 안에 들 정도로 더운 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알던 봄 날씨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폭염특보의 기준은 현재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음. 그 전에는 일반적인 기온을 기준으로 특보를 냈고,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특보가 발효됨.

기후변화 가속된다고?


기후변화의 체감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최근 영구동토층을 연구하는 해외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앞으로 더 가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영구동토층은 토양의 온도가 1년 내내 어는 점 이하로 유지되는 토양층을 이야기한다. 주로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데 전 세계 토양 탄소의 절반가량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 동토층이 서서히 녹아 온실가스가 방출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최근 해외 연구팀이 동토층이 녹을 때 탄소 배출량을 결정짓는 환경 요인을 찾아냈다. 극지연구소 정지영 박사 등이 속해 있는 국제 툰드라 실험(International Tundra Experiment, ITEX)팀이 28곳의 툰드라 지역에서 25년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다. 탄소 배출량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토양의 산성도와 질소 함량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과 미생물 등은 생장 활동이 촉진된다. 질소는 식물의 생장과 엽록소 합성 등을 돕는데 이 과정에서 토양에 질소 함량이 높아지게 된다. 생장 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생물(식물, 미생물 등)의 호흡량도 증가하게 되는데 연구팀 연구결과 토양에 질소햠랑이 높을 땐 호흡량 증가가 더 극대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온 상승으로 인해 증가될 호흡량보다도 더 증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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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x축이 토양의 질소 함량, y축은 미생물과 식물 등의 호흡증가량 l 질소함량이 높을수록 호흡증가량도 높아짐.)

토양의 산성도를 나타내는 ph 변화는 기온이 증가할 때 증감이 같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어떤 식으로 변하든 호흡증가량이 기존보다는 커질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호흡량이 증가하면 당연히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이 많아지고 탄소 배출량도 증가한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4도 상승할 때 연구 동토층에서 탄소 배출량은 평균 30%, 최대 38%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1.5도 마지노선 깨졌나


얼마 전 발표된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에 따르면, 앞으로 4년 안에 적어도 한번은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1.5도를 넘을 확률을 무려 80%로 예상했다. 또 향후 5년 중 1년 정도는 역대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12개월 동안의 지구의 평균 온도를 보면 이미 1.5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무리한 예측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파리협정의 목표가 깨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돼 앞으로 계속해서 1.5도를 넘어선 상황이 이어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기후변화 속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다. 또 이번 툰드라 지역의 연구처럼 기존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들 중 기후변화를 가속화 시킬 여지가 있는 것들도 많이 남아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Maes S.L, Dietrich J & Midolo G et al., "Environmental drivers of increased ecosystem respiration in a warming tundra", nature(2024) 629, 105-113, doi.org/10.1038/s41586-024-07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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