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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히잡 안 씌웠다고 징역·태형"…'칸 초청' 이란 거장, 유럽으로 탈출

씨앗

이란의 거장 모함마드 라술로프(Mohammad Rasoulof) 감독이 이란을 탈출해 유럽에 도착했다.

14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라술로프는 제77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THE SEED OF THE SACRED FIG)을 찍었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으로부터 징역 8년, 태형, 벌금, 재산몰수 등의 형을 선고받았다.

라술로프를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 바박 파크니아는 "지난주 그가 징역형과 채찍질을 선고받은 주된 이유는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에서 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여배우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고, 관계 당국의 허가 없이 영화를 촬영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고 전했다.

라술로프가 어떤 방법으로 이란을 떠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의 배급사인 필름 부티크와 패러렐45의 CEO인 장 크리스토프 시몬은 "모함마드가 위험한 여행 끝에 안전하게 유럽에 도착한 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안도한다"며 "그가 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라술로프 감독은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를 통한 성명에서 "저는 길고 복잡한 여정 끝에 며칠 전 유럽에 도착했습니다. 감옥과 이란을 떠나는 것 중 선택해야 했습니다"라며 "이슬람 당국은 2017년 9월 제 여권을 압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밀리에 이란을 떠나야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슬람 당국의 억압은 극악무도하고 잔인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위대와 시민 운동가들의 생명을 표적으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인 이란 출신 래퍼 투마즈 살레히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을 언급했다.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을 만든 감독은 이란을 탈출했지만 영화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은 출국 금지됐으며 정보부 보안군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라술로프 감독은 신작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에 대해 "이슬람 공화국의 검열이 지배하는 서사에서 벗어나 현실에 더 가까운 영화적 서사를 이루려고 노력했습니다"고 소개했다.

자파르 파나히, 아스가르 파르하디와 함께 이란을 대표하는 영화 거장인 모함마드 라술로프는 자신의 영화가 자국 내 상영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어왔고 국제 영화제에서 명성을 떨쳐왔다. 2017년 '집념의 남자'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으며, 2020년 영화 '사탄은 없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신작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이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이란 당국은 감독과 영화제 측에 초청 취소 압력을 넣기도 했다.

라술로프 감독이 이란을 탈출해 유럽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알려진 가운데 칸영화제에 참석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은 오늘(14일) 개막하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사진 = 영화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 스틸>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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