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베꼈네" 무조건 생떼?…한국 있는데 중국 없었다 [사실은]

<앵커>

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가 우리나라의 매듭 장인과 협업해서 만든 제품을 놓고, 최근 중국에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중국 고유의 매듭 문화를 한국이 도용했다는 겁니다. 중국의 이런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 팩트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따져봤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김은영 매듭장이 우리 전통 매듭으로 만든 패션 브랜드 펜디의 '바게트백'입니다.

이 회사는 SNS를 통해 "세계 최고의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김은영 장인이 제작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게시물, 지난달 말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중국 고유의 매듭 문화를 도용했다는 논란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펜디가 한국과 협업해 중국 매듭을 훔쳤다" "중국 매듭을 한국 매듭이라 부르며 문화를 훔치고 있다"는 등 격한 반응이 나왔고 심지어 "한국 유학생은 중국에서 매듭 기술을 배운 뒤 자국 전통이라고 우긴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과연 사실일까.

우선 김은영 매듭장은 중국에서 유학한 적이 없습니다.

1976년 매듭장으로 지정된 고 김희진 장인의 직속 제자로, 우리 정부가 1968년부터 매듭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공식 지정한 이래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이 제자를 배출하면서 우리 전통 매듭 기술도 전승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5차례에 걸쳐 자국의 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해 왔는데, 그간 인정된 무형유산 1천여 건을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전수 조사한 결과 엉뚱하게도 우리의 김치 담그는 방식까지 유산 목록에 올린 반면 중국 매듭 공예는 등재조차 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한 연구 논문도 자신들의 매듭 공예가 산업화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제대로 된 보존 노력 없이 무조건 '중국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문화지만, 서로 다르게 발전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최은수/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전문위원 : 시작은 비슷했을지 모르지만 사용하면서 그 나라에 맞게 색상이나 재료, 문양이 다 바뀐다고요. 그래서 중국이 그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에는 응대할 필요가 없다….]

중국이 내세우는 '문화 도용' 주장이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조수인·이연준·강경림, 작가 : 김효진, 인턴 : 조장하, 화면제공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