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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춤 만든 이 사람…"잘나갈 때 방송은 멀리했죠"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바디콘서트' 김보람 예술감독

김보람 더골룸2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춤을 보여줬던 춤꾼들 기억하시나요? 이들은 김보람 안무가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단원들인데요, 김보람 씨는 10대 때부터 유명 가수들의 백업댄서로 방송에서 활약하다가, 뒤늦게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2008년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애매모호한 춤 회사'를 창단했습니다.

완도에서 자란 김보람 씨는 춤에 대한 열망 하나로 10대 때 상경해, 거리에서 댄서 같아 보이는 사람들만 보면 무작정 따라다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방배동과 대방동을 구분하지 못했던 '완도 소년'은 어떻게 콜드플레이와 협업하고 해외 무대를 누비는 안무가가 되었을까요?

'범 내려온다'의 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그가 방송을 일부러 멀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보람 씨의 파란만장한 춤 인생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감독님 처음에 춤을 시작하셨을 때는 가수들의 백댄서를 처음에 하신 거잖아요. 맨 처음에 시작은.

김보람 예술감독 : 완전 시작은 이제 집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이제 일로써 시작은 백업댄서를 시작으로 했죠.

김수현 기자 : 아까 무용단은 다 지하에 연습실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제가 그 말씀하신 것도 봤거든요. 원래 완도에서 자라셨다가 춤을 추고 싶다고 서울로 올라와서 춤추는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은 어디 지하에,

김보람 예술감독 : 쫓아다니고.

김수현 기자 : 네, 쫓아다니고 했다는 얘기를.

김보람 예술감독 : 그게 이제 서울이 뭔지 모르니까. 서울을 태어나서 처음 와가지고 이제 잡지에서 본 그런, 어떻게 보면 껄렁껄렁한 힙합 할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을 홍대 쪽으로 가서 쫓아다녔죠. '혹시 춤추는 사람인가?' 하고요. 왜냐하면 이제 오디션도 보고 싶고 이런 걸 하고 싶어서 그렇게 쫓아다녔는데 결국... 예전에 방배동에 그런 단체가 많다는 걸 이제 잡지에서 봤죠.

김수현 기자 : 아, 잡지에서요. 그때는 뭐 인터넷에 정보가 있던 게 아니니까.

김보람 예술감독 : 아예 없었죠. 그걸 보고 바보 같이 이제 대방동에 가서. (웃음) 말이 비슷해 가지고. 대방동 주변을 엄청 살피고 다녔는데 못 찾았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대방동에도 있긴 하더라고요.

조지현 기자 : 그거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시기 전의 일인거죠?

김보람 예술감독 : 훨씬 전이죠. 고등학생 때니까.

김수현 기자 : 그래서 방송에도 많이 나오셨다고요?

김보람 예술감독 : 활동을 꽤 오래 했죠. 어릴 때부터 해서. 그래서 방송도 그렇고 지금 제가 하는 무용에 대한 직업에 대해서 조금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이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범 내려온다'가 크게 성공했을 때 저는 반대로 방송을 멀리하려고 되게 노력했어요.

김수현 기자 : 멀리하시더라고요. 제가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안 하신다고 하셨어요.

조지현 기자 : 어째서 그러셨나요?

김보람 예술감독 : 그게 이제... 이날치랑의 협업은 저희의 본래 작업은 아니라서 그쪽으로만 가면 그게 부각되고 사람들도 그걸 기대하게 될까 봐. 사실 그거는 저희의 극히 일부분이고 실제로 하는 작업은 어떻게 보면 바디콘서트나 이런 게... 그래서 거기에 좀 더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왜냐하면 이게 그렇잖아요, 사실? 방송 아시겠지만 확 떴다가 확 사라지는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자리로 이렇게 잘 와서 작업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근데 진짜 학생이 되면 비자가 나온다고 해서 대학을 갔다, 그게 맞나요?

김보람 예술감독 : 아, 그렇죠.

조지현 기자 : 그건 또 무슨?

김보람 예술감독 : 그게 워낙 옛날이라 비자가 잘 안 나왔어요. 그래서 대학생들이 비자가 잘 나온다고 하길래 대학교를 가볼까 해서... 근데 이제 저는 수능도 안 봤거든요. 제가 2001년도에 졸업했으니까. 대학 갈 마음이 원래 없어서 수능 안 보고 있다가 한 1, 2년 지나고 다시 대학교를 생각한 건데...

김수현 기자 : 미국에 가야 하는, 마이클 잭슨의?

김보람 예술감독 : 뭐 그런 꿈이 있었죠.

김수현 기자 : 같이 춤추고 싶다, 이런?

김보람 예술감독 : 좀 거만할 수도 있지만 그 어린 나이에 '이제 한국은 내가 다 섭렵했어. 외국으로 갈래' 이런 거만한 마음? 아니면 춤에 대해서 계속 자극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때는 미국에 가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김보람 예술감독 : 그렇죠. 그때는 무용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근데 이제 무용과로 가서 처음으로 어떤 교육이라는 거를 배운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전까지는 지하로 찾아가서 오디션 보고, 어깨너머로 배우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이런 생활을 하다가 대학에 오니까 선생님이 계시고, 뭔가 수업을 받고 이런 걸 처음 해봐서 너무 재밌어가지고 졸업을 해버렸어요 그냥. 열심히. 그리고 이제 다시 방송으로 돌아가서 원래 저의 활동하고 이렇게 살았죠.

김보람 더골룸2
김수현 기자 : 그전에 프렌즈라는 팀에 계셨다고. 굉장히 유명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댄스팀이.

김보람 예술감독 : 특히 이제 90년대 말은 가요가 엄청나게 많았잖아요. 근데 이제 어떤 정점이라고 해야 하나. 최고의 팀 중 하나였죠, 프렌즈라는 팀이. 거기서 배웠던 것 중에 제일 큰 거는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아, 슬럼프요?

김보람 예술감독 : 왜냐하면 저 나름대로는 그 어린 나이에 모든 걸 걸고 상경한 거잖아요. 그래서 이걸 정말 잘해야 되고 정말 좋아하고 이런 건데... 사람이라는 게 어느 순간 이게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들이 오거나 뭐 이런 게 오잖아요. 근데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 시도를 해서 그런지 너무 빨리 왔어요. 그게 한참 방송이 많을 때.

제가 처음에 채정안의 편지를 메인으로 했었는데... 제가 18살이었나? 그걸 열심히 몇 달 하고 나니까 뭔가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계속 활동은 했는데 저 깊은 곳에서 이상한... 이걸 그만둬야겠다는 온갖 이유를 발견하고 생각하고 이러면서 6개월 정도를 보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는 거 같아요.

조지현 기자 : 그때 6개월 정도 버티고 나서 어떤 결론에 이르셨었어요? 슬럼프.

김보람 예술감독 : 결국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제가 저를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제가 더 잘하고 싶고. 근데 그 '더 잘'이 뭔지는 모르는데 잘하고 싶고. 근데 그만큼 못하고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아는데도 그걸 받아들이기 싫은 거죠. 그때는 몰랐어요 저도.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런 마음 때문에 그런 건데. 근데 욕심이 크고 책임감이 크면 클수록 온갖 이유를 다 찾아요. 남들에게서도 찾고 상황에서도, 오늘은 시간 때문에 뭐. 이제 그걸 버틸 수 있었던 게, 저는 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저한테 그런 방송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에게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하면 안 되겠다는 그 마음, 이제 저희 부모님이 주신 마음이겠죠. 그것 때문에 6개월을 버틸 수 있었어요.

근데 그게 어느 순간 그게 딱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홍대에서 단장님하고 우연히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이 질문만 하고 난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는데, 되게 유치한 질문이에요. '방송을 위해서 춤을 연습하는 게 춤의 실력이 많이 느냐, 나 자신을 위해서 연습하는 게 춤의 실력이 많이 느냐.' 그게 꼭 저한테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처럼 던졌는데 단장님이 '방송을 위해서 연습하는 것도 실력이 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연습하는 것도 실력이 는다'라고 하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딱 듣는데 변명할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저는 어떤 얘기가 나오든 한쪽으로 쏠렸다면 그만뒀을 거예요. 근데 둘 다라고 하니까 핑계 댈 게 없다는 생각에 홍대에서 새벽에 집에 가는 2시간 동안 하염없이 울었던 것 같고, 다음 날 눈을 떴는데 너무 기분 좋게 연습실에 걸어갈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뒤로는 웬만한 힘든 일들은 그냥 뭐...

김수현 기자 : 그럼 그전에는 '내가 춤추는 게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 내가 이거 뭐 하고 있는 거냐, 내가 방송을 위해서만 춤을 추나? 뭐지?' 그런 생각이 있으셨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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