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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보장' 믿고 1억 넘게 냈는데…수년째 '비행낭인'

<앵커>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취업은 하지 못한, 이른바 '비행 낭인'을 지원하겠다며 도입된 제도가 있습니다. 항공사의 훈련생으로 선발돼서 훈련만 잘 마치면 채용으로 연결이 된다는 조종사 선선발 제도인데요. 아시아나 훈련생으로 선발됐던 이들이, 취업은커녕 지원도 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파일럿을 꿈꾸던 A 씨는 몇 년 전 아시아나항공의 선선발 프로그램에 합격해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뒀습니다.

1억 5천만 원가량 들여 훈련을 마쳤지만, 채용 소식이 없어 수년째 '비행 낭인' 신세입니다.

[A 씨/선선발 프로그램 훈련생 : 20대 후반 30대 초반 가장 커리어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에 교육을 정말 열정적으로 받았는데….]

지난 2017년 정부는 항공사가 훈련생을 선발하고 훈련기관에 위탁해 자격을 취득하면 채용하도록 하는 선선발-후교육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취업이 보장된다, 저소득층도 조종사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는 장밋빛 설명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2022년 사실상 폐지됐고, 이미 훈련을 마친 30명 가까운 훈련생들은 5년 넘게 기약 없이 채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훈련기관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공지까지 받았습니다.

곧 있을 아시아나항공 채용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따라 지원자격인 비행시간 요건이 기존 300시간에서 대한항공 기준인 1천 시간으로 올라갈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B 씨/선선발 프로그램 훈련생 : 근데 너네는 1,000시간이 안 되니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쪽에 조금 더 우대를 해줄 수도 있다….]

실제 이런 내용이 담긴 채용 공고문이 훈련생들 사이에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훈련생들은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 모두 훈련생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최소한 채용에 지원할 기회라도 달라고 호소합니다.

[B 씨/선선발 프로그램 훈련생 : 그 인원들을 나몰라라 한다는 것은, 채용 기회라도 한번 주고 차라리….]

[A 씨/선선발 프로그램 훈련생 : 각자 책임을 좀 질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회사의 조종자원으로서 준비를 하고 책임을 다했거든요.]

아시아나항공은 채용 일정과 기준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국토부는 7개 항공사를 불러 수료생들에 대한 협약 이행 현황을 확인했는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제일, 영상편집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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