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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심사만 9년째' GMO 감자…뭐가 문제길래? [스프]

[지구력] '승인 예정'이라던 식약처, 경위 밝혀야

장세만 지구력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GMO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농산물 등의 식품을 말하죠. GMO 농산물이 소비자와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해외로부터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직접 재배 생산하는 방법인데, 현재 규정상 국내 재배는 일부 실험 목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량 수입을 통해서 유통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현재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알팔파, 사탕무 등 6종의 GMO 농산물이 안전성 승인을 거쳐 수입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만나는 방식은 콩이나 옥수수의 경우 시중에서 팔리는 기름의 형태로 많이 쓰입니다. 현재 유통되는 식용유에 대부분 수입산 GMO 콩과 옥수수가 쓰이는 걸로 전문가들은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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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식품위생법상 GMO 원료를 쓸 경우 표기 의무가 있습니다만 마트에서 산 식용유 라벨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GMO 원료 여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예외 조항 탓입니다. 식용유 제조 과정에서 고열 고압으로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단백질과 유전자 성분이 대부분 파괴됩니다. 현재 해당 규정에서는 최종 식품에 유전자 변형 원료가 3% 미만으로 잔류할 경우 표시 의무에서 제외됩니다.
 

GMO 감자 3품종 수입 심사 중

이번 지구력에서 주목하는 건 GMO 감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6가지 농산물 외에 추가로 국내 수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들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통해 미국 심플로트라는 식품 기업이 만든 GMO 감자 3가지 품종에 대해서 국내 수입을 위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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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기사  [단독] 미국산 'GMO 감자' 수입 안전성 심사 중 (2024.10.10. SBS 8뉴스 장세만 기자 리포트)

세 품종 모두 유전자 변형의 목적은 비슷합니다. 흔히 감자 껍질을 벗긴 채로 시간이 흐르면 갈변 현상이 나타납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짙은 검정색의 반점이 나타나고요. 이같은 갈변 현상을 막아주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겁니다. 유전자를 변형시킨 또 다른 사유는 감자를 튀겼을 때 아크릴아마이드라는 유해물질이 생기는데 이같은 유해물질 생성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심플로트사의 설명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은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심플로트사가 만든 SPS-E12, SPS-Y9, SPS-X17 등 모두 3품종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SPS-E12 품종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 첫 심사 신청이 들어와 무려 9년째 심사가 계속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식품위생법상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 심사는 신청받은 날로부터 27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기화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문제의 SPS-E12 품종은 사실 지난 2018년 10월 국정감사 때 식약처 심사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적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당시에 사실상 심사가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된 사실이 식약처가 국회에 보고한 답변 문건을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식약처가 밝힌 GMO 감자 심사 현황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 심사에는 그에 앞서 관련 부처들의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가 이뤄집니다. 농식품부에선 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들어올 경우 여타 작물 재배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환경부는 자연 생태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또 해양수산부는 해양 생태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각각 심사한 뒤 적합 여부를 식약처에 통보하는 식입니다. 이같은 위해성 심사는 이미 2017년에 완료됐고 이를 바탕으로 식약처가 최종 안전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2019년 2월 승인한다더니 흐지부지, 왜?

식약처는 당시 국회에 보고한 답변 자료를 통해, 세 부처의 위해성 협의심사가 완료됐다며 오는 2019년 2월에 유전자 변형 감자에 대한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명시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해당 품종에 대한 수입 승인은 이뤄지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2018년 당시 GMO 감자 수입 승인이 예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때마침 미국에서 큰 돌발 변수가 생겼습니다. 심플로트사에서 해당 GMO 감자 품종을 직접 개발했다는 과학자가 2018년 10월 자신이 개발한 감자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책을 출간한 겁니다. 카이어스 로맨스 박사의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Pandora's Potatoes : The Worst GMOs)>라는 책입니다.

심플로트에서 GMO 감자 개발을 담당했던 카이어스 로맨스 박스의 책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
핵심적인 내용은 이런 겁니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갈변이나 검은 반점화를 일으키는 멜라닌 성분의 생성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에 따라 병균 감염이나 해충 침입을 억제하는 멜라닌이 없어지는 만큼 병균이나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갈변이나 검은 반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문제가 생겨도 알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로맨스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GMO 감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들면서 심플로트 측에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이미 기업의 탐욕이 작동돼 멈출 수 없었다"고 밝힌 걸로 보도됐습니다.

식약처가 2019년 2월에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힌 직후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됐고 책에 담긴 내용이 국내에까지 소개된 겁니다. 이렇게 되자 식약처는 한 과학자의 의견만으로 안전성 여부를 결론 내리긴 어렵다면서도 추후 승인 절차에서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재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심플로트사의 SPS-E12 품종의 국내 승인은 흐지부지됐고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현정 의원실의 조사를 통해 문제의 GMO 감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6년 전 상황에서 멈춰선 채 폐기되지 않고 심사대에 올라와 있는 게 확인된 겁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식약처의 제출 문건을 통해 드러난 건 SPS-E12 품종뿐 아니라 추가로 2건의 GMO 감자 품종에 대한 심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SPS-Y9, SPS-X17). 이 두 품종 역시 심플로트사의 제품입니다. 김 의원실이 현재 심사 상황을 점검한 결과 두 품종에 대한 최초 심사 신청이 들어온 건 2018년 4월(Y9)과 2020년 12월(X17)이었습니다. 그 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환경 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혹은 조건부 적합 판정을 받고 식약처로 통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환경 위해성 심사 주체인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두 품종에 대한 위해성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농식품부의 심사가 적합으로 결론 난다면 식약처의 최종 심사만을 남겨놓게 됩니다.
 

패스트푸드점 GMO 감자 써도 '표시 의무' 없어

만약 문제의 두 품종이 최종 승인을 받게 돼 국내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심플로트사의 목적은 햄버거나 피자 매장에서 취급하는 감자튀김용 냉동감자 형태로 국내로 들여오고자 하는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장세만 지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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