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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떨고 바닥 기고…'람보르기니남' 갔던 그 병원 가보니

<앵커>

주차하던 도중 시비가 붙자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했었던 20대 남성이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 남성은 당시 약물에 취해있었습니다. 경찰이 그 남성에게 약물을 줬던 병원을 조사한 결과, 7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그동안 전신마취제를 8천 번 넘게 놔줬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편광현 기자입니다.

<기자>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남성이 5만 원권 지폐를 세어 건네고, 의료진이 남성의 팔에 주사기를 꽂습니다.

잠시 뒤 남성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이 남성은 지난해 9월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던 중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 홍 모 씨입니다.

같은 병원을 찾은 다른 환자는 한 번 더 약물을 투여해달라고 빌고, 추가 투여를 해준다고 하자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입니다.

투약 후 몸을 벌벌 떠는가 하면, 침대에서 떨어지고 구토까지 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이 병원은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투약하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 씨는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4년간 환자 75명에게 무려 8천 번 넘게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가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12억 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투약자들이 입소문을 통해 찾아온 서울 강남의 한 의원입니다.

지금은 폐업했다는 게시물과 함께, 문이 잠겨 있는 상태입니다.

[인근 상인 : 간호사 한 분이랑 의사 한 분 계셨거든요. 그래서 갔을 때도 너무 작은 거예요. 임대료도 비싸고 그럴 것 같은데 영업이 되시려나….]

서울 강남에 있는 또 다른 병원에 문을 강제로 열고 경찰들이 들어갑니다.

병실에는 팔에 주사기를 꽂은 환자가 간이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이 병원의 원장 B 씨는 15개월간 환자 28명에게 케타민과 프로포폴 등 마약류 4종을 549회 불법 처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약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신 모 씨도 이곳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두 병원의 의사 2명을 구속 송치하고, 병원 관계자 14명과 투약자 26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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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편광현 기자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에토미데이트'는 어떤 약물?

[편광현 기자 : 에토미데이트는 최면 유도 기능이 있는 전신마취제로, 수면 내시경 등에 쓰입니다. 한 번 주사하면 1분 이내에 의식이 없어지고 효과는 12분 정도 지속됩니다. 투약 후에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시면 투약자들이 팔과 다리 또는 온몸을 벌벌 떨거나 아예 침대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나옵니다. 지난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람보르기니남도 다리를 떨면서 바닥을 기다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위험한 부작용도 따르는데요. 전문가 설명을 들어보시죠.]

[연준흠/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 : 에토미데이트를 과다하게 투약하면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 위험할 수 있고요. 부신 기능을 마비시켜서 몸에 항상성 유지를 어렵게 합니다.]

Q. 에토미데이트 마약류 미지정… 이유는?

[편광현 기자 : 에토미데이트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연합에서도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약물입니다. 마약류 지정 기준 중 하나인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투약자들이 에토미데이트를 더 달라고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또 에토미데이트를 미끼로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을 하는 등 여러 사회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런 점을 토대로 식약처에 마약류 지정을 다시 한번 검토해 달라는 입장문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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