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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살해한 범인 이미 20년 전 잡았다고 모친께는 거짓말해 왔다"

"형 살해한 범인 이미 20년 전 잡았다고 모친께는 거짓말해 왔다"
▲ A 씨가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 현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족적과 모든 정황이 구속 피의자를 지목하고 있었는데, 20년이나 걸렸네요."

20년 전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 씨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28일 발부되자 사망한 피해자의 동생 안 모 씨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그는 "어머니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20년 전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실제 잡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며 "구순의 어머니는 아직도 비명에 간 형을 잊지 못하고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동생 안 씨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둔기와 흉기에 의해 살해된 형 B(당시 41세) 씨의 범인을 쫓았습니다.

장기 미제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실망한 안 씨의 아버지는 병을 앓다가 사망했습니다.

동생 안 씨는 모친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10년 만인 2014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형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안 씨는 생각했습니다.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였던 A 씨의 족적이 특징점 10여 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2020년 6월 나오자 수사는 활기를 띠었고 안 씨도 희망을 걸었습니다.

결국 그해 11월 경찰에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이를 넘겨받은 검찰에서 족적의 증명력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동생 안 씨는 형의 억울한 죽음을 법정에서 밝힐 수 있도록 재판이라도 받게 해 달라며 호소했습니다.

그사이 경찰의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도 바뀌고 관할 검찰청인 영월지청의 담당 검사만도 4∼5명이나 새로 부임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검찰 역시 추가 압수수색과 재감정 등 3년 7개월에 걸친 증거 보완 등을 통해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 지난달 28일 발부됐습니다.

쌓인 수사 기록만도 2만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안 씨는 "모친의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도록 한 거짓말이 사실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재판을 통해 형의 억울한 죽음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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