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수도권에서 암수가 서로 몸을 붙인 채 날아다니는 곤충, 일명 러브버그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도 더 빨리 나타났는데, 해충은 아니라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쫓을 수 있을지, 현장앤 간다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입구에 검은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배 끝을 붙이고 다녀 일명 '사랑벌레',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빌딩 유리창에도 붙었다가 떨어지고, 가게 안까지 들어와 곰지락댑니다.
[서울 양천구 상인 : 아까도 막 손님이 와서 진저리치고, 큰일이야.]
산책 나온 시민들은 팔을 휘둘러 쫓아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이환보/서울 성북구 : 어마어마하게 그냥 막 떼로 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가다가도 그냥 뒤로 물러서고….]
전기 파리채를 들고나온 주민도 있습니다.
[김연식/서울 성북구 : 개체 수라도 조금 줄이고 싶어서. 이만큼 죽는다는 얘기거든. 이거 봐.]
징그럽게 생겼지만, 질병을 옮기거나 모기처럼 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애벌레는 나무와 낙엽을 분해해 토양에 양분을 주고, 성충은 꽃을 수분하는 '익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8년에 처음 발견된 러브버그는 4년 만인 지난 2022년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에는 수도권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산 등에 주로 서식하지만 자동차 배기가스에 이끌려 여러 곳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선재/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 주요 먹이로 하는 토양의 부식질, 그리고 낙엽 같은 것들이 썩을 때 자동차의 배기가스랑 굉장히 유사한 냄새가…]
출현 시기도 빨라졌습니다.
지난해는 6월 중순에 처음 발견됐는데 올해는 2주 가까이 앞당겨졌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러브버그 확산에 민원도 급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량으로 살충제를 뿌리는 건 다른 생물도 함께 죽이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살충제를 쓰는 대신 분무기로 물을 뿌려도 꼬이는 벌레를 쫓거나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날개가 젖으면 제대로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는 문 틈새와 방충망을 점검하고 끈끈이 패드를 설치하면 유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의 수명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여서 이달 말까지 개체 수가 늘다가 다음 달 초부터 줄어들 걸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방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