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살고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적자들 이야기 이어갑니다. 이들 가운데에서는 자신이 사망처리가 된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막힌 사연을 가진 이들을 박하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조현병을 앓던 62살 이 남성은 요양시설에서 뛰쳐나온 뒤 20여 년 거리에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강 씨 : (서울역) 3번 출구에서 잤습니다. 직업소개소 같은 데 가니까 한 보름이나 10일 일하면 그만두라고….]
그러던 지난 2019년, 연락이 끊긴 형의 청구로 법원이 실종 선고를 내렸습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됐는데도, 강 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3년을 살았습니다.
[강 씨 : (처음에 (사망 사실) 알게 되셨을 때 어떠셨어요?) 무감각하지. 길바닥에 자는데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가족과 연락이 끊긴 58살 이 모 씨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망 신고가 이뤄졌고, 63살 유 모 씨는 법적 사망 상태로 무려 25년을 살았습니다.
[백주원/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 2명 이상이 사망증명서를 작성을 해서 사망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우보증 제도가 있는데) 이렇게 해서 사망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취재진은 이렇게 법적으로 죽었다 신분을 회복한 무적자 31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중 23명에게 확인되는 공통점은 연고자, 즉 가족과의 연락 단절이었습니다.
[유 씨 : (가족분들 혹시 연락 닿는 분은 있으세요?) 전화 안 받아, 전화 안 받아.]
[이 씨 : (가족분들은 안 만나고 싶으세요?) 가족분요? 만나고 싶어요.]
뒤늦게나마 자신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역설적으로 삶이 죽고 싶을 만큼 극한의 위기에 내몰릴 때였습니다.
[김영택/서울시 구세군브릿지종합지원센터 기획상담과장 : (이 씨는) 건강이 안 좋아지시니까 기초생활수급을 받게 하기 위해서 시도하다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망 확인이 된 거고….]
살아도 존재하지 않는 무적자, 이들이 얼마나 더 살고 있는지, 어떤 위기에 놓여 있는지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한 때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이찬수·윤형·양지훈,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김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