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쇼핑몰이 있는 제주의 최고층 건물에서 어제(9일) 불이나 200여 명이 급히 대피했습니다. 그런데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아서 호텔 투숙객들은 처음에 불이 난 사실도 알지 못했고, 비상계단 출입문도 잠겨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화재 당시 긴박했던 통화내용, JIBS 이효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제주 드림타워 6층 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투숙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한 겁니다.
불은 10여 분 만에 꺼졌지만,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호텔 내부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연기가 건물 위로 퍼졌지만, 투숙객들은 화재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건물 내부는 안내하는 직원도 없어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A씨 : 언니, 가까운 비상계단 아무거나 이용하래요.]
[B씨 : 비상계단, 없어]
[A씨 : 사람들 있을 거라던데]
[B씨 : 없어. 없어. 여기 없어]
대피하려던 비상계단의 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B씨 : 어디로 대피해야 해? 비상계단 문 잠겼어]
[A 씨 : 비상계단 문 잠겼어요?]
[B씨 : 여기 문 잠겼어, 비상계단]
[A씨 : 벨(경보기) 울려요 안 울려요?]
[B씨 : 안 울려, 비상계단 빨리]
특히 투숙객 일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한 채 투숙객끼리 전화 통화를 하며 피신해야 한 겁니다.
이에 드림타워 측은 비상계단 출입문이 화재 시 열리도록 돼 있지만, 화재가 초기에 진압돼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드림타워에는 화재가 발생하면 119에 자동 신고하는 장비가 구축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먹통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방 당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우나 히터가 과열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에 대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드림타워 측의 화재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확인 중입니다.
제주 최고층 빌딩인 드림타워에서는 2년 전에도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당시 소방 조사에서 200건이 넘는 지적사항이 확인돼 보완 조치가 이뤄진 바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명철 JIBS, 화면제공 : 제주소방안전본부)
JIBS 이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