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신생아 숫자가 갈수록 줄면서, 지난 20년 가까이 국내에서 분만 건수 1위를 지켜왔던 산부인과 병원이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의 전체 분만 병원 숫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걸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도권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의사 : 숨 참고 힘주세요. 밑으로 힘주세요.]
[임신부 : 배가 아픈 것 같아요? 의사 : 아픈 것 같죠?]
의료진은 엄마 뱃속 태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고가의 장비를 갖추며 세심하게 분만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산모는 줄고 있는데, 고령 임신부가 늘고 있어 분만 난이도는 높아지고 있는 현실.
분만 수가 79만 원으로는 대학 병원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합니다.
[김영탁/분당차여성병원장 : (임신부의) 반 이상이 이런 대학병원은 고위험입니다. 거기에 투입되는 많은 인력이나 자원 이런 거에 비해서 이 수가를 갖고 병원을 운영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저출생의 여파는 분만 병원을 직격했습니다.
40년 전부터 한 해 9천 명 가까운 아이가 태어난 이 병원은, 20년 가까이 국내분만 건수 1위를 도맡아 차지했지만, 지금은 축구장만 한 주차장도, 하루 수백 대의 차를 세웠던 주차 타워도 텅 비었습니다.
병원은 0.7마저 위태로운 출산율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고 공개했습니다.
[폐업 병원 직원 : (언제부터 폐업하신 거죠?) 저희가 5월 30날부터요. (직원분들도 전부 다 지금 퇴사를 하신 건가요?) 네 안 나와요, 다 퇴사했어요.]
분만 가능한 병 의원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63개뿐인데, 최근 10년 새 분만실 숫자로 따지면, 반토막 났습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72곳에는 분만 병원이 아예 없는데 전남, 경북 등 지역이 더 열악합니다.
[홍순철/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 1년에 구급차에서 태어난 아기가 100명이 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입니다.]
한 건에 10억 원대를 훌쩍 넘은 분만 소송 비용도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가 됩니다.
[김영주/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 : 최근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분만 사고의 소송의 배상금은 분만에 대한 공포를 조장할 지경입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등 산부인과 의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분만 수가 현실화와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분만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 문제부터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제일, 영상편집 : 박지인, 디자인 : 장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