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채 해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가 한 해병대 간부로부터 자신도 이른바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지금까진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고, 김 사령관은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해 왔었는데, 김계환 사령관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는 사람이 추가로 나온 겁니다.
원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채 해병 사건 외압 의혹의 뜨거운 감자는 이른바 'VIP 격노설'입니다.
지난해 7월 31일, 장관 보고 하루 만에 임성근 1사단장을 혐의자로 적시한 사건기록을 경찰로 이첩하는 걸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해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는 게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군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 재판 등에서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내고 있는 얘기다", "VIP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런데 공수처가 최근 다른 해병대 고위 간부 A 씨로부터 '김계환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공수처 조사에서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 등이 참석했던 지난해 8월 1일 오전 8시 회의 때 김 사령관이 'VIP 격노설'을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수처는 또 격노설과 관련해 김 사령관과 A 씨가 통화한 녹취파일도 확보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다만 SBS와 통화에서 "설령 김 사령관이 VIP 격노설을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직권남용 등 법적으로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수처는 어제(21일) 함께 소환된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에게 A 씨 진술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에 대해 캐물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질 조사는 김 사령관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