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2일) 오전,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김호중 씨에 대해 경찰이 위험운전 치상과 도주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앞서 어제는 김 씨가 강남경찰서에 출석했는데요.
당초 음주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속속 술을 마신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 씨는 결국 사흘 전, 술을 마신 게 맞다고 입장을 바꾸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본인이 인정했다고 해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김호중 씨는 사고 이후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사고 당시 김 씨의 정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게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일단 경찰은 '위드 마크 공식'을 활용해서, 이를 입증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위드 마크 공식이란 마신 술의 양, 음주 시간, 체중 등을 토대로 특정 시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추정하는 계산 방식인데요.
하지만 이 공식을 적용해도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이게 음주 사실을 인정한 거지 구체적인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인정된 건 아니에요. (위드마크 공식 계산 시) 피의자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것만으로 곧바로 음주운전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술을 8시부터 10시까지 먹었다고 하면, 사실 법원에서는 사고 난 시점과 가까운 시점인 10시가 아니라 8시를 기준으로 잡아요. 하다못해 내가 술을 얼마만큼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보다 적게 먹었다 이래 버리면 술 양 자체도 확인이 안돼버리잖아요.]
다시 말해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건 맞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비슷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남편이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당시 가해 운전자는 자신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는데, 재판에서는 음주운전 무죄를 받았습니다.
지난 2015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한 20대 남성이 뺑소니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만삭의 아내를 위해서 크림빵을 사 들고 집에 가던 중이었습니다.
[강 모 씨/피해자 아버지(지난 2015년) : 그 싸늘한 길바닥에 빵이랑 흩어져 있더라고, (크림)빵 두 조각을 가져와서 내가 하나 먹고….]
사건 발생 19일 만에서야 자수한 운전자 30대 허 모 씨는 자신이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자백까지 했지만 법원에서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허 씨의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수사기관이 위드마크 공식을 써서 혈중 알코올 농도를 0.162%로 추정했는데, 법원에서는 음주 사실은 인정되지만, 정확하게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 2016년 4월 교통사고를 낸 지 9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이창명 씨,
[이창명/방송인 (지난 2016년) : (음주운전 하신 거 맞습니까?) 안 했습니다. (안 하신 겁니까?) 네, 안 했습니다. 술을 못 마십니다.]
당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상편집 : 문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