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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혈액' 감염 3천 명 사망…"영국 치욕의 날"

<앵커>

영국에서 오염된 혈액을 환자들이 수혈받아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부가 이를 은폐했던 사실도 드러났는데 수낵 총리는 "영국 치욕의 날"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김영아 기자입니다.

<기자>

영국 수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 빛바랜 사진을 든 사람들이 빼곡히 모였습니다.

[수혈 후 감염 사망 환자 가족 : 동생 러셀이 오염된 혈액 제제 때문에 숨진 후 30여 년 동안 슬픔에 빠져 지냈습니다. 위안을 얻고 싶어서 오늘 이곳에 왔습니다.]

영국에선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 사이 수혈받은 환자 3만여 명이 후천성면역결핍증이나 C형 간염에 감염됐습니다.

이 중 3천 명 이상이 이미 숨졌고 추가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수십 년이 지난 2017년에야 뒤늦게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7년에 걸친 조사 결과, 원인은 오염된 혈액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혈액 치료제 일부에 마약 사용자 등의 오염된 혈장이 섞여 있었는데 당국이 걸러내지 못한 겁니다.

조사위원회는 피할 수 있는 재난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이언 랭스태프/영국 오염혈액조사위원회 위원장 : 정부가 수혈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망각하고 혈액과 혈액 제제 안전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소홀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많은 환자가 위험에 노출됐는데도 이를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리시 수낵/영국 총리 : (정부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을 망가뜨렸고, 이 나라를 망가뜨렸습니다. 국가 치욕의 날입니다.]

영국 정부는 우리 돈 17조 3천억 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피해자 1명당 평균 5억여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잃어버린 삶과 생명을 돈으로 바꿀 수 없다며 여전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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