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냉장고나 안마 의자 같은 값비싼 제품을 빌린 뒤에 그걸 되팔아서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유령 법인을 세운 뒤에 그 법인 명의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렇게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배성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천안의 창고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됩니다.
사무실에선 정수기 필터와 부속품들 수십 개가 발견됩니다.
이 남성은 가전제품을 렌털한 뒤 싼값에 되팔아 온 속칭 '렌털깡' 일당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 44명은 대구와 천안, 인천 등에서 유령법인을 만들어 냉장고와 안마의자, 비데 등 다양한 렌털 제품들을 빌렸습니다.
피의자들은 렌털 업체들이 법인 명의로 빌려 간 제품을 적극적으로 회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개인과 달리 법인은 해산하고 나면 제품을 돌려받기도, 대금을 청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렌털 업계 관계자 : 연락 두절되고 추심을 할 수 있는 곳도 찾지 못하면 그거는 이제 분실이 되는 거거든요.]
일당 중 총책 A 씨는 유명 렌털 업체에서 일하면서 이런 허점을 알게 된 걸로 조사됐습니다.
빌린 제품은 재포장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상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팔았고, 중고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렌털 업체 유니폼을 입고 제품을 배달했습니다.
물건을 판 뒤에는 법인을 해산했습니다.
유령법인은 대출 미끼 광고를 보고 찾아온 저신용자 등의 명의로 만들었는데, 그 수만 100여 개인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7년 10월부터 5년여 동안 일당이 챙긴 돈은 26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이런 제품을 모르고 구매할 경우 계약 잔금을 떠안거나 제품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중고 전자제품 구매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박기덕, 화면제공 : 서울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