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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코스타리카는 왜 공영 동물원을 모두 없앴나?…"동물 보호 위해"

폐쇄된 코스타리카 마지막 공영 동물원.?(사진/영상='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 페이스북,?엑스(X·옛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코스타리카가 10년 넘는 법적 분쟁 끝에 마지막 남았던 공영 동물원 2곳을 폐쇄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을 모두 없앤 첫 나라가 됐습니다.

15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와 스페인 소재 동물보호단체인 'FAADA'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타리카 정부는 10년이 넘는 법적 분쟁 끝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영 동물원 2곳을 폐쇄했습니다.

폐쇄된 두 곳은 수도 산호세의 시몬볼리바르 동물원과 산타아나주의 보전센터 시설로, 코스타리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공영 동물원 시설이었습니다.

특히 1921년 설립된 시몬 볼리바르 동물원은 10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조처는 동물원 운영자와의 계약 종료에 따른 것"이라는 글과 함께 사람들이 동물들을 보호센터로 옮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폐쇄된 코스타리카 마지막 공영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보호센터로 옮기는 모습.

당국은 두 시설에 있던 동물 287마리를 재활 보호센터로 옮기고 건강 상태와 행동 양태 등을 살핀 뒤 야생으로 돌려보낼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동물원에서 태어났거나 오래 머무른 동물들의 경우 야생 적응 훈련 등 준비 기간에 따라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란트 타헨바흐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보호시설 수용은 동물의 건강 문제나 행동 문제로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 수 없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며 "이번 동물원 폐쇄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코스타리카의 비전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FAADA는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코스타리카는 세계 최초로 공영 동물원을 두지 않는 국가가 됐다"라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환영했습니다.

폐쇄된 코스타리카 마지막 공영 동물원.

코스타리카, 공영 동물원 '폐쇄 절차' 밟게 된 배경은

앞서 1994년 코스타리카 정부는 비영리단체인 '푼다주(Fundazoo)'에 시몬 볼리바르 동물원 운영을 맡겼습니다.

그러나 푼다주 측은 미비한 시설 투자와 동물들에 대한 허술한 관리 등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일부 동물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 콘크리트로 만든 우리에 갇혀 지내는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코스타리카 정부는 2003년 푼다주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습니다. 판다주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법원은 "정부가 계약 해지 통보를 적법하게 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함에 따라 동물원 운영권 계약이 연장됐습니다.

이후 코스타리카 환경부는 2013년 야생동물 포획·사육 금지법을 제정해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국·공립 동물원의 운영을 금지하고, 2014년 공영 동물원 폐쇄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이어 푼다주와 10년 가까이 법적 분쟁을 벌인 끝에 결국 재계약 만료 시점인 올해 폐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사립 동물원에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아 코스타리카에는 아직 18개의 사립 동물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FAADA는 "비록 18개의 사립 동물원은 법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공영 동물원의 폐쇄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코스타리카의 사례가 동물원 폐쇄 등 동물 보호에 나서는 다른 나라에 긍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알론소 아기레 교수는 "이번 일은 전 세계에 큰 교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코스타리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모두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영상='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 페이스북,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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