푯값만 10만 원 넘는데…"옷 짜니 물이" 6시간 고역

"야외 공연인데 비 오는 날 관객들 우산이라도 쓰게 해 줘야죠"

어제(13일)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지난 11일 차를 몰아 서울 용산구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야외 음악 공연에 대학생 딸을 데려다줬다가 공연을 보고 돌아온 딸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렸는데도 우산도 못 쓰고 우비만 입은 채 공연을 봐야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A 씨의 딸은 감기에 걸렸습니다.

해당 공연은 11일과 12일 이틀간 열렸고, 공연은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총 6시간 4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표 가격은 일일권 기준 12만 1천 원이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비가 내렸고 공연하는 6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6㎜였습니다.

이는 바닥에 빗물이 고일 정도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정도 비면 우비를 입었는지와 관계없이 우산을 꼭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행사에 참여한 관객은 시야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우산을 쓸 수 없었고, 우비에 고인 물을 계속해서 털어내며 공연을 봐야 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젖은 옷을 쥐어짜면 물이 나올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행사 당일 미리 바람과 비가 예보됐고, 같은 날 서울시가 개최할 예정이던 '한강 잠퍼자기 대회', '2024 한강 불빛 공연'이 우천으로 취소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야외 음악 축제는 취소되지 않은 채 일정대로 진행됐습니다.

관객에 따르면 행사 전부터 바람이 불었고, 공연 시작 직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관람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연 중에는 우산을 쓸 수 없었고, 관객들이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건 일회용 우비가 전부였습니다.

관객석이 있는 바닥은 비로 인해 진흙탕이 되어있었습니다.

시간과 돈을 쓰며 찾은 공연이었지만 수백 명의 관객들은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셈입니다.

A 씨는 "딸은 옷이 다 젖은 채로 버티다가 결국 행사 중간에 나왔고 감기까지 걸렸다"며 "그런 날씨면 관객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행사를 취소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푯값만 10만 원 넘는데 비 맞으면서 공연을 봐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주최 측 관계자는 "행사를 취소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우산은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어 사용을 제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천 행사를 대비해 관객분들께 우비를 나눠드렸고 돗자리를 깔고 앉는 피크닉 좌석에도 의자를 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야외 페스티벌에 이 정도 비로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관객들에 대한 별도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