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도, 거기를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비어 있는 집이 늘고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가격이 서울 다음으로 높을 정도로 비싼 편이고, 또 한때 제주에 몰렸던 부동산 투자자들도 이젠 뜸해져서 집 사겠단 사람 찾기가 쉽질 않습니다.
현장을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22년 초 입주를 시작한 제주 한경면의 1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
오름 바로 앞이고, 제주 영어교육도시에서도 차로 10분 거리, 멀리 보이는 도립공원 풍광까지, 수요가 몰릴 걸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입주 2년이 지난 지금도 절반 가까이 비어 있습니다.
[분양 관계자 : 바닥이지 지금 바닥이지. '돈맥경화'지. 소위 말하는. 다 막혀 버린 거지]
바닷가 언덕 위에 지어진 애월읍의 이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준공된 지 1년이 넘었지만 41가구 중 25가구가 미분양입니다.
지난 2월 기준 제주의 미분양 주택은 2천400여 가구.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천200여 가구로, 전체의 절반이나 됩니다.
1년 전보다 61%나 늘어난 역대 최고치로,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지방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제주 인구는 전체의 1.3%인데, 악성 미분양 비율은 전국의 10.3%나 되는 걸로, 전국에서 다 짓고 비어있는 집 10곳 중 1곳은 제주에 있는 셈입니다.
[공인중개사 : 지어놓고 안되는 게 지금 많아요. 분양가도 옛날에 비해 비싸고. 평당 가격이 서울 다음으로 비싸다고 하는데 뭐]
제주의 '빈집'문제가 유독 두드러진 건, 비싼 분양가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오르는 공사비에 섬 지역 특성상 자재 운반비 등 물류비용까지 더해져, 2월 기준 제주도 평균 분양가는 750만7천원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고종완/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 운송비가 30% 이상 들어가서 건축비와 분양가가 그만큼 높아진 데다 특히 중국인 투자수요가 급감하는 바람에….]
비싸도 더 오를거라 생각하면 거래가 되겠지만, 신규 수요는 실종상태입니다.
2021년 1천100건이 넘었던 외지인 제주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361건으로 1/3토막 났습니다.
[분양 관계자 : 사드에 이제 코로나 이후에 아무래도 중국도 지금 경기가 안좋지 않습니까. 중국인들 많이는 오는데 예전같이 이렇게 땅사고 집 사고 그러는 게 아직은….]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가 여전한데다 제주 선호 현상도 주춤해, 빈집 문제는 악화할 공산이 큽니다.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서동민,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