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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세계 유일 '태실' 문화…세계유산 될까?

속리산과 멀지 않은 상주시 화서면에 태봉산이 아담하게 솟았습니다.

꼭대기에 선 정자 뒤로 조선 10대 왕 연산군의 원자 태실이 자리했습니다.

태항아리와 태지석을 넣어 땅에 묻었던 석함과 태실 주인을 표시한 비석입니다.

1920년대 일제가 이곳에서 파낸 태지석에는 '원자 금돌이 아기'라는 글자가 나옵니다.

연산군 아들의 아명을 금돌이, 그러니까 쇠돌이라고 적은 것입니다.

세조의 손자이자 예종의 장남인 인성대군의 이름에는 아예 똥 분(糞) 자가 들어갔습니다.

이름을 험하게 지어야 잘 큰다는 민간 신앙이 왕자 이름에 그대로 스며 있는 것입니다.

삼국사기에 김유신의 태를 태령산에 묻었다고 나오는 것을 보면 태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는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일/경남 사천시 학예연구사 : 우리나라는 태어나면서 한 살이지 않습니까. 이미 잉태된 순간 그걸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겁니다. 탯줄이라는 게 또 뱃속에 있을 때는 엄마와 자녀를 연결해주는, 어찌 보면 세상과 연결해주는.]

고려시대부터는 명당자리를 찾아 왕실 태실을 만든 것이 문헌에서 확인되고 고고학적 성과도 일부 나타납니다.

조선왕실은 자손이 태어나면 태반과 탯줄을 봉안해 아기 태실을 만들고 아기가 뒷날 왕이 되면 비석과 석물로 화려하게 단장한 가봉(加封) 태실을 조성했습니다.

태를 묻은 땅 위로는 사방석과 중동석, 개첨석을 올린 중앙 태석을 세웠습니다.

태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문화유산입니다.

[심현용/한국태실연구소장 : 태실은 미래의 개념이고 즉 태어나서 향후 발전하는 개인의 태주의 무병장수와 발전도 있지만 그 당시 국가의 안위까지 염려했던 개념이 들어가 있거든요.]

지난해 10월 경북과 경기, 충남북 등 4개 시도가 함께 마련한 국제 학술대회, 가봉태실의 세계 유산적 가치를 논의하는 자리로,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조선의 왕이 살던 궁궐과 죽어서 묻힌 왕릉, 위패를 모신 종묘는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상태, 태실까지 이름을 올리면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됩니다.

[김회정/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 전문위원 : 태어남에 관련된 태실이 세계유산이 되면 한 왕조의, 왕의 인생을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를 세계유산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세계 최초로 한국이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궁궐, 종묘와 달리 태실은 전국 곳곳에 있어 세계유산이 되면 국민적 관심이 더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일제가 태실을 파괴하고 부지를 민간에 넘긴 이후 아직도 대부분 유적이 방치되고 있고 국가 차원 실태 조사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 10년이 걸렸듯이 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태실 연구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취재 : 박철희 TBC, 영상취재 : 이상호 TBC, 디자인 : 김유진 TBC, 화면제공 : 태실세계유산화실무회·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문화유산채널,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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