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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누구나 소수자일 수 있다"…우리 사회 차별 꼬집은 판결문

[Pick] "누구나 소수자일 수 있다"…우리 사회 차별 꼬집은 판결문
법원이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인정하면서, 판결문을 통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에 관한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오늘(21일) 서울고법 행정 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원고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선 1심에서 재판부는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동성결합이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을 고려할 때 사실혼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대상에 대한 행정적 처분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선 안된다"며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법정에서 2심 재판부는 판결 이유를 따로 설명하진 않았으나, 21쪽 분량의 판결문 말미에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 차별에 관한 비판 의견을 서술했습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나 법리적 해석 외에 사회적 논란이 된 이슈에 대해 의견을 서술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법원 판사 판결문 (사진=픽사베이)
해당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감정·능력·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꼽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우리 사회 안에 팽배한 소수자 차별을 꼬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라며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며 판결문을 마쳤습니다.

한편, 이날 2심 재판부는 '동성커플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서가 아닌 '사실혼과 다르게 동성결합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이 같은 판결을 내렸으나, 원고인 소 씨 측은 법원이 동성 부부의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며 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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