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폭락사태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검찰도 수사에 나선 가운데, 발행업체의 대표가 자신은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고, 회사 상황도 좋다고 최근 직접 밝혔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회사 대표를 만나러 싱가포르에 갔습니다.
홈페이지와 법인등기에 나와 있는 회사 주소들을 모두 찾아가 봤는데, 먼저 박찬범 기자가 싱가포르에서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고, 현지를 연결해보겠습니다.
<기자>
여러 금융기업이 입주해 있는 싱가포르의 한 복합 건물입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테라폼랩스 사무실 주소는 이곳 32층.
건물 출입 담당자에게 방문 허가를 받고 올라갔습니다.
현장에 와보니까 여기 사무실들은 로펌이었습니다.
그러면 여기 많이 쓰여있는 법인명이 어떤 건지 물어봤는데, 고객이다, 여기 주소를 두고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이쪽으로 와 보시면 '테라폼랩스' 이름으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등록된 사무실'이라는 건데, 명단을 잘 보면 저희가 찾으려 했던 '테라폼랩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라폼랩스가 기관이나 투자자로부터 우편물 등을 받으려고 싱가포르 현지 법무법인과 계약해 마련한 공식적인 창구로 보입니다.
[김정철/변호사 : 그걸로 봐서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 SPC(특수목적법인) 같은 형식으로 법무법인의 어떤 주소만 둔 채로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수의 법률사무소 직원들은 테라폼랩스를 알고 있지만, 권도형 대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법률사무소 직원 : (권도형 대표를 만나려고 합니다. 권 대표를 본 적 있나요?) 없습니다. (권도형 대표 얼굴도 모르나요?) 모릅니다.]
또 테라폼랩스는 자신들의 고객이었다면서, 하지만 계약은 최근에 해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법률사무소 직원 : (논란 이후 현재는 계약이 해지된 건가요?) 이 일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습니다.]
싱가포르 내 또 다른 고층건물.
이곳 37층은 테라폼랩스의 법인 등기부에 기재된 본사입니다.
법인 등기상 등록된 주소를 따라서 찾아와 봤는데요, 이곳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사무실이라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같은 층 다른 입주 업체에게 테라폼랩스 근황을 물었더니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지난달쯤 공사가 돌연 중단됐다고 했습니다.
테라폼랩스코리아가 주주총회에서 부산 본점과 서울지점에 대한 해산을 결정한 4월 30일과 비슷한 시점입니다.
[다른 입주 업체 직원 : 사무실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완료하지 않았습니다.]
불과 이틀 전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테라폼랩스 본사가 싱가포르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며 좋은 상태에 있다"고 했는데 홈페이지에 공개한 회사 사무실에서도, 법인 등기 시 기재한 본사에서도 테라폼랩스 직원은 물론이고 권 대표의 활동 정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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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찬범 기자 연결돼있습니다.
박 기자, 현지 취재해보니 권도형 대표가 본인이 말한 대로 싱가포르에 있는 건 맞는 것 같습니까?
<기자>
오늘(23일) 오전부터 조금 전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조금이나마 권도형 대표와 접점이 있을 것 같은 곳 여러 군데를 찾아다녀 봤습니다.
일단 테라폼랩스 법인등기부상 권 대표의 주거지를 참고했는데요.
권 대표가 사는 곳은 싱가포르 부촌 지역인 나심 지역과 그 인근 탕린 지역인데 이 일대 상점과 식당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리고 한일 식당과 한 곳에서 권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식당 종업원 : 제가 기억하길 그(권도형)가 왔었어요. 누군가랑 같이 왔는데, 그게 누군진 모르겠네요.]
취재진은 권 대표 인터뷰를 위해 싱가포르 한국대사관과 이곳에 주재하고 있는 금융기업 직원들에게도 수소문하고 있는데 최근에 그를 봤다는 사람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앵커>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도 범죄 혐의가 있는지 들여보다보고 있는데. 권 대표가 트위터에 해명 글을 올렸죠?
<기자>
네, 권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자자들을 상대로 글을 올린 거는 현지 시간으로 오늘 오전 10시 반쯤입니다.
여러 투자자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비난하는 글을 올리자 권 대표는 루나나 테라의 공매도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싱가포르 현지 경찰에도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진전과 고소장이 접수됐는데 아직 수사를 진행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