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에 나설만한 이유가 있기는 했다. 2월 16일은 북한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광명성절,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6일 예년처럼 간부들과 함께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 김정은 금수산 참배, 예년과는 달라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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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행 간부 수가 대폭 줄었다. 1년 전 김정일 생일 때에는 백 명 남짓한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간부들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는데, 이번 참배 때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박봉주를 포함해 18명만이 김 위원장과 함께 했다.
다음으로 더 특징적인 것은 김 위원장 주변에 간부들이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에 입장할 때부터 간부들보다 5미터 정도는 앞서 걸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도 간부들과는 거리를 두고 걸었고,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 앞에서 참배할 때에도 간부들보다 5미터 정도는 앞에 서서 참배를 했다. 비말로 감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김 위원장 주변에는 간부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특별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겠지만, 김 위원장 주변에 간부들의 접근까지 차단한 것을 보면 북한이 코로나19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북중간 교통편을 차단하고 외국에 다녀온 사람들은 예외 없이 국경지대에서 격리조치를 취하는 등 북한은 나름대로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 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김정일 생일 행사도 축소…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잠잠
이번 김정일의 78번째 생일 행사는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5년 단위,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가 아니라서 행사를 크게 하는 해는 아니지만, 매년 열리던 중앙보고대회조차 올해에는 열렸다는 보도가 없다. 거의 매해 열렸던 백두산 밀영 결의대회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일단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든 도발이든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야 북한의 다음 행보가 본격화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