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대부,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몰래 훔쳐 팔아버린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스승 집에서 40억 원을 호가하는 그림을 가져다가 팔고 그 돈으로 서울 잠실에 아파트를 샀다고 합니다.
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환기 화백이 작고하기 한 해 전 그린 1973년 작 산울림.
김 화백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우리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김윤섭/미술평론가 : 미술사적인 의미와 미술 시장에서의 위치까지 최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한국적인 구상과 추상 세계를 정립한 우리나라 현대 미술의 대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대학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이 작품이 지난 4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소장자였던 교수가 지난해 12월 지병으로 세상을 떴는데 이후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유족은 교수의 제자 김 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수사 결과 김 씨가 교수의 운전기사와 가사 도우미에게 각각 8억 원과 1억 원씩 대가로 주고 작품을 훔쳐내 판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김 씨는 그림 판 돈 40억 원을 대부분 빚 갚는 데 쓰고 10억여 원만 남았다고 발뺌했지만, 추궁 끝에 서울 잠실에 있는 20억 원대 아파트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해 몰수 신청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8월 20일 구속기소 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작품 '산울림'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김 씨에게서 그림을 산 화랑 주인 조 모 씨는 그림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장자였던 교수의 유족은 '산울림'을 돌려달라며 최근 조 씨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이준호, 자료제공 : 환기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