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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자사고는 일반고 전환하는데 과학고 존치 이유는

외고·자사고는 일반고 전환하는데 과학고 존치 이유는
▲ 서울과학고

정부가 7일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으로 수십 년 동안 엘리트 교육을 담당해온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를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특목고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중심의 교육으로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면서 공교육을 훼손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특목고의 정점에 서 있는 과학고와 영재고는 이번에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빠져 눈길을 끕니다.

지난 5일 교육부가 발표한 서울대 등 13개 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합격률을 보면 과학고·영재고는 학종 지원자 가운데 합격자 비율이 26.1%로 가장 높았습니다.

외고·국제고가 13.9%, 자사고가 10.2%, 일반고는 9.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라는 '고교 서열'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인데도 정작 과학고와 영재고만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는 과학고가 상대적으로 외고나 국제고 등 다른 특목고보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유지되고 있다는 교육 당국의 판단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고 졸업생이 대학 전공으로 어문계열을 선택한 비율은 2016년 31.9%, 2017년 35.4%, 2018년 40.1%, 2019년 40.0%였습니다.
외국어고 (사진=연합뉴스)
외국어 인재를 기르기 위해 설립된 외고 졸업생 가운데 대학에서도 어문계열을 전공하는 비율이 최근 4년간 30∼40% 수준에 그친 것입니다.

특히 국제고의 경우 어문계열에 진학한 졸업생은 매년 20% 미만이었습니다.

2016∼2019년 어문계열을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진학 비율도 외고는 46∼53%, 국제고는 60∼63%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과학고 졸업생은 매년 약 96%가 이공계열로 진학해 설립 취지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었고, 의대에 진학하는 과고생은 2∼3%였습니다.

영재학교의 경우 7∼9%가 의대에 가고 나머지 90%가량은 이공계열에 진학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학고와 영재고의 전체 인원이 자사고, 외국어고보다 훨씬 적은 2천500명 미만 수준이라 존치를 하더라도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적다는 점도 일반고 전환 제외 사유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교육 억제,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도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배경이 됐습니다.

2020학년도 기준 과학고 학생 수는 20개교 1천638명, 영재학교는 8개교 789명으로, 모두 합쳐도 2천427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는 2천659명, 광역단위 자사고 1만343명, 외고 5천867명으로 총 1만8천869명에 이릅니다.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 수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와 외고의 12.9%에 불과해 사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자사고와 특목고는 설립근거가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지만,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근거해 설립돼 있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일반고 전환에서 제외된 배경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학고와 영재고까지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말이 있었지만 한 번에 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며 "이들 학교는 대학 진학 등을 봤을 때도 설립 취지에 맞아 이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서울과학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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