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 33년 만에 DNA 증거를 통해 지목한 유력 용의자.
하지만 그는 DNA 증거 앞에서도 거듭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사건 발생 후 무려 200여만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됐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 국내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지목한 범인은 1994년 1월 '청주 처제 살인 사건'으로 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50대 남성 이 모 씨였습니다.
경찰의 DNA 분석 결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이 씨가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공소 시효는 2006년 4월 완성됐습니다. 강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 씨가 자백하지 않는다면 진범으로 특정할 수 없는 겁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5차 조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사건 당시에도 3차례나 경찰의 용의 선상에 올랐지만, 증거 부족으로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이 씨.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은 최면 수사 카드까지 빼 들었습니다.
◆ 정다은 기자 / 시민사회팀
잔혹한 범죄 수법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씨가 치밀했는지는 의문입니다. 33년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던 이면에는 당시 열약했던 수사 환경도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특히 아쉬웠던 건 용의자의 동선과 사건이 상당히 겹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 9건 중 6건은 그의 집 반경 3㎞ 이내에서 벌어졌고 나머지 범행 장소도 그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수사했더라면 범인을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취재: 정다은 / 기획 : 한상우 / 구성 : 조도혜, 이소현 / 촬영·편집 : 이홍명, 이은경, 문지환 / 그래픽 :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