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나의 수상한 이웃 나탈리 ②
조현병 치료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28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나의 수상한 이웃, 나탈리' 편으로 우리 주변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조현병 환자들과 조현병 치료의 한계를 분석했다.
이날 김은희(가명) 씨는 "그분 때문에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며 자신의 수상한 이웃을 제보했다. 은희 씨는 "그 사람이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내가 사주를 받고 자기를 쫓아다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은희 씨를 포함한 다른 이웃 주민들도 해당 여성을 지목하며 그를 '조현병' 환자로 의심했다. 경찰에서도 "동영상 촬영을 하고 폭력적인 언행과 행동을 한다고 계속 신고가 들어온다. 하지만 나가서 현장 정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해당 여성인 지윤희(가명) 씨는 자신을 '나탈리'라고 칭하며 "프랑스 파리에 가서 박사과정 유학도 했었다. 나를 괴롭히려는 최종 배후자가 있다. 그 사람의 하수인들이 나를 쫓아오고 있다. 나는 딱 보면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희 씨가 살고 있는 주택의 이웃 주민은 "주택 공용 공간에 개인 짐을 계속 쌓아둔다. 치워달라고 부탁하면 '집주인과 합의됐다'고 하면서 화를 냈다. 그 사람 때문에 이사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또한 집주인은 "2년 전에 월세가 밀려서 서약서를 썼었다. 근데 지금까지 935만 원이 밀렸다. 법원에서도 퇴거명령을 했는데도 안나간다. 내가 보증금하고 이사비는 지원해줄 테니까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간다"고 토로했다.
정재훈 전문의는 "강력하게 의심되는 조현병이다. 관계망상,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괴롭히고 있다라는 모습이 보인다"며 "증상을 보면 오래전에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윤희 씨가 말한 자신의 유학내용은 사실이었다. 지윤희 씨는 프랑스에서 만난 정 모 씨를 지적하며 "나를 처음 괴롭힌 사람이 그 사람이다"고 전했다.
이에 유학 시절의 지인이었던 최현숙 씨를 만났다. 최현숙 씨는 "그때 당시 짝사랑을 했었다. 병원에 갔었는데 의사가 자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쫓아다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자기가 좋으면 좋다고 얘기를 하겠지. 그 사람이 널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윤희 씨의 짝사랑은 미행으로 번졌고, 결국 해당 의사가 지윤희 씨를 신고해 프랑스에서 추방되었다. 최현숙 씨는 정 모 씨에 대해 유학 시절 같은 교회를 다녔을 뿐 연결지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현병 당사자인 이정하 씨는 조현병 당사자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조현병은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현병 당사자 남문영 씨는 "약을 안 먹으면 '너 죽어' 같은 명령 환청이 들린다. 약을 먹으니까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는 거지 안 먹으면 제 자신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가했을 거다"고 전했다.
또한 이경진(가명) 씨는 "남동생이 저에게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 그런 게 있다'면서 저를 죽인다고 하더라"며 남동생의 조현병을 의심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저와 망상 속에 있는 동생이 부딪히면 폭력적인 다툼으로 번질 수밖에 없더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경진 씨의 사연을 들은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들은 가족에게는 제어가 된다. 근데 가족에게도 제어가 안 되면 심한 경우 본인에게도 제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동생은 자신의 치료를 거부한 상황이었고, 보호 의무자에 해당하는 어머니의 동의가 있어야만 강제입원이 가능했다. 또한 어머니는 "병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아들에 대한 치료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안인득 사건은 현행 정신건강법의 허점이 모두 드러난 사건이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중증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현병 환자들은 대개 착한 사람들이다. 피해망상에서부터 시작된 병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남에게 피해를 입히기까지 하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위험한 병이라고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BS funE 조연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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