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이제 4월 11일(한국시간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정상 간 워딩이나 발표자료를 통해 살펴보겠다. 회담 이후 나온 청와대 고위 관계자 백브리핑 등 해석은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북미 간 현주소와 한미 간 시각차, 남북 간 이질감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우리 정부가 생각한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한미 동맹 균열론 불식, 둘째가 북미 정상 간 대화의 유용성 확인, 마지막이 북한을 대화와 협상으로 유인할 한미 정상 공동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인 대북 메시지 측면, 이에 부수된 한국의 촉진자 역할에서는 안타깝지만 '노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돌파구로 제시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경축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올바른 합의가 이뤄지면 이런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진 또 다른 간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 간에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 충분히 괜찮은 거래,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결합)', '조기 추수론(실질적 비핵화 달성 시 한두 번의 당근 제시)'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딜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다양한 스몰딜이 있을 수 있고 단계적으로 쪼개서 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빅딜을 논의하고 있다(There are various smaller deals that maybe could happen. Things could happen. You can work out, step by step, pieces. But, at this moment, we're talking about the big deal)"고 부정적인 시각을 비쳤다.
한미 정상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했다지만, 미국 측의 발표에 3차 회담 관련 내용이 적시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청와대 발표문에는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문 대통령은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런데 백악관 발표문에는 "두 정상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들을 논의했다... 두 지도자는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 긴밀한 조율과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President Trump and President Moon discussed our two countries' mutual goals of achieving the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The two leaders affirmed the importance of continuing close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on DPRK-related matters.)"고 돼 있다. 우리측 발표에는 없는 FFVD라는 표현이 포함된 부분이 눈에 띈다.
보통 의견 일치가 잘 되지 못한 회담에서 자주 쓰이는 외교적 수사가 생산적이라는 표현이다. 허심탄회라는 표현은 생산적이라는 표현만큼이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전 협의에서 미국이 우리의 기대를 키웠는지, 아니면 우리 당국자들이 애써 수사로 치장을 했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힘들게 준비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