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번 사건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냈습니다. 확인된 사실이 없는데도 불법 촬영물의 등장인물로 언급되는 여성들, 이른바 '정준영 지라시'가 퍼지면서 생겨난 피해자들입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관심이 쏠리게 하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지라시. 아무 생각 없이 전달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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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로 퍼지는 '지라시',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지라시'는 '뿌리다'는 의미의 일본어(ちらし·지라시)에서 온 말입니다. 1990년대부터 활성화된 지라시는 증권가에서 정치, 사회, 연예 등 각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끼리 주고 받던 정보글이었습니다. 당시에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사실처럼 퍼지기도 했죠.
스마트폰과 SNS가 대중화되면서 지라시는 누구나 받아볼 수 있는 소식지로 둔갑했습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지라시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게다가 유포가 쉬워지면서 허위 사실에 살이 붙어 내용은 더 자극적으로 변형돼 퍼져나갔습니다.
'받은 글'로 시작되는 지라시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어떤 정보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출처가 불분명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유포에 큰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열애설 등은 '퍼뜨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죠.
하지만 지라시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적용돼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 "전달도 엄연한 범죄"…지라시 작성도 유포도 없어야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PD 나영석 씨와 배우 정유미 씨가 불륜 관계라는 허위 사실이 지라시로 퍼졌는데요, 경찰은 최초 작성자를 비롯해 9명을 입건했고, 유포 과정에 개입한 나머지 수백 명은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라시를 전달한 사람들이 죄가 없어서 처벌을 피한 것은 아닙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해달라고 한 경우에 재판에 넘길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최초 작성자와 처음 게시한 사람을 처벌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9명만 입건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최근 사건은 다릅니다. 연예 기획사 등이 지라시 작성자는 물론 유포자까지 고소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