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팀이 이번에 취재한 이야기는 항구도시 전남 목포가 그 배경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목포에 있는 오래된 건물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지난 1890년대 개항한 목포는 일제시대 서울, 부산과 함께 우리나라 5대 도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역사적으로 또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지금도 많이 남아있는데 지난해 정부가 이런 건물들을 보존하겠다면서 목포의 1.5km 거리를 통째로 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개별 건물 하나하나 이렇게가 아니라 거리 전체가 문화재가 된 것은 목포가 처음이었습니다. 여기 건물 복원하고 또 보존하는데 앞으로 예산 500억 원이 투입됩니다.
문화유산 지키는 게 당연히 좋은 일 아니냐 싶은데 여기에 한 국회의원이 등장합니다. 바로 민주당 손혜원 의원입니다. 문화재 전문가로 잘 알려진 손 의원은 지난 2017년부터 목포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이 취재해봤더니 문화재 보호 운동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먼저 문화재청이 주관한 목포 문화재 설명회 현장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말 문화재청이 16개 언론사를 상대로 연 목포 문화재 거리 홍보 설명회 현장입니다.
설명회를 시작하기 전 일정을 먼저 설명합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우리가 오늘 돌아볼 목포 근대역사문화 공간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나눠 드린 책자를 보시면….]
그런데 며칠 전에 미리 배포된 안내문에는 방문 예정에 없던 곳들이 추가돼 있었습니다.
'창성장'이라는 곳입니다.
[문화재청 홍보 설명회 인솔자 : 여러분, 이동하겠습니다. 점심 전에 '창성장'까지 보고, 그다음에….]
이번에 문화재 거리로 지정된 구역 안에 위치한 창성장은 일제 강점기 건물을 리모델링 해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쓰이는 곳입니다.
[문화재청 홍보 설명회 인솔자 : 우와! 우와! 빨리 오십시오! 와서 봐봐, 봐봐 여기!]
창성장은 평소 목포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하던 손혜원 의원이 수시로 홍보를 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홍보를 할 때 자신이 주변 인물들에게 창성장 건물을 인수하도록 설득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후 창성장 매입과 리모델링 과정, 개업 소식 등을 수시로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럼 창성장의 주인들은 누구일까? 확인을 해보니 20대 초반 청년 세 명이었습니다.
그중의 한 명인 23살의 손 모 씨를 찾아가 봤습니다.
[손 모 씨/창성장 공동 소유자 : (목포에 창성장을 사셨길래요.) 제가 산 게 아니어서요. 집안일 때문에 그래요, 집안일. 저 23살로 어려요. 제가 그걸 무슨 무슨 생각이 있어서 건물을 샀겠어요. 제가 했겠어요, 그걸?]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게 아니라는 손 씨.
[손 모 씨/창성장 공동 소유자 : (손혜원 의원 집안이세요?) 그거가 맞기는 한데, 고모가 추천은 해 준 건데. (아 손 의원이 고모예요?) 네.]
바로 손혜원 의원의 조카였습니다.
나머지 공동명의자 두 명은 손혜원 의원 보좌관의 딸과 손 의원 남편이 대표로 있는 문화재단 이사의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판다 팀이 창성장 주변 건물들을 추가로 확인해 보니 이 세 명이 공동소유한 건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창성장 바로 옆 허름한 건물 역시 세 청년이 공동으로 사들인 것이었습니다.
이 두 건물 모두 문화재청의 문화재 거리 지정 1년 전에 매입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문화재 거리에 포함됐습니다.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이었던 손혜원 의원, 문화재 지정 결정 이전에 가족이나 보좌관 등 주변 인물들에게 건물을 사들이게 한 겁니다.
왜 손 의원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창성장이 홍보 설명회 당일 방문지에 추가됐는지를 묻자 문화재청은 "정치적 고려는 없었고 문화재 리모델링의 사례를 보여 주기 위해 들렀을 뿐"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창성장은 원형 그대로의 복원이 아닌 유럽풍으로 리모델링 돼 보존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준호)
[끝까지 판다 - 의원님의 수상한 문화재 사랑]
▶ ① 문화재청이 홍보까지…손혜원 조카의 수상한 건물
▶ ② 조카·남편·보좌관도…문화재 거리 곳곳 '의원님 그림자'
▶ ③ 매입 후 '4배 뛴 건물값'…리모델링은 나랏돈으로
▶ ④ 손혜원 "투기 목적 절대 아니다"…석연치 않은 해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