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천재소년의 자화상 - 스무살, 송유근 ③
송유근은 실패한 천재일까? 아니면 이제 시작하는 청년일까?
21일 밤 방송된 SBS 'SBS 스페셜'에서는 '천재소년의 자화상 스무살, 송유근'이라는 테마로 천재 소년 송유근의 근황이 공개되었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송유근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청년으로 훌쩍 성장한 모습이었다. 180cm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의 송유근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만 6세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초중고 과정을 월반해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대학생들과 함께 캠퍼스를 누비며 국내 최연소 대학생이 되었다.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붙는 다양한 기록을 세워가던 천재소년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 아닌 논문 표절과 박사학위 취득 실패라는 뼈아픈 수식어를 갖게 되었던 것.
스무살의 송유근을 만난 곳은 일본이었다. 그는 연구를 위해 일본의 국립 천문대에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송유근은 "가슴 아프지만 내 나라에서는 내가 어떤 것을 하더라도 안티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유근의 논문 표절 사건으로 그의 지도 교수는 해임되었고 그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도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던 부분을 기재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송유근은 더 이상 가르침을 받을 스승도 그를 받아 줄 학교도 없어 혼자 블랙홀을 연구하는 연구자로 남게 되었다.
송유근은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고 생각한다. 논문으로 시비를 걸었으니 논문으로 증명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송유근은 국내가 아닌 해외를 떠돌며 연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에 만족하는 결과도 얻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천문학 학술지에 송유근은 당당히 제1저자로 게재된 논문을 실었다. 그는 세계 양대 학술지 2곳에 논문이 통과되며 스스로를 증명해내고 있었다.
송유근은 올해 12월 24일 입대를 압두고 있다. 그는 현역 입대에 대해 "국가를 지키고 싶어서 군대에 가고 싶다. 내가 내 나라를 지키러 가겠다는데 그게 왜 이상한가"라고 소신을 밝혔다.
공부에 엄청난 재능을 보였고 구구단을 외운지 7개월만에 미적분을 깨우쳤다. 머리에 맞춰 학교 생활을 하게 된 송유근은 늘 혼자였다.
송유근은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교를 바로 졸업하고, 초고속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는 송유근 같은 영재를 위한 법 정책까지 바꾼 결과였다. 이후 송유근은 연예인급의 과도한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송유근의 부모님들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유근이는 모든 길을 만들어서 갔다. 사람들이 아이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유근이가 가는 길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유근이가 가는 길을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미디어에 노출을 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송유근은 대학생활에 대해 "걸어다니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강의실 마다 이동하는 것이 고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 생활을 하며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는 "과학을 재밌게 다가가고 즐기면서 접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2년 만에 대학생활을 끝낸 이유를 밝혔다.
송유근은 "밤하늘을 보는 데 있어서 초중고 12년은 필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난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송유근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밤하늘을 연구하기 위한 길을 갔다. 한국천문연구소에 들어온 송유근은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타이틀에 더욱 큰 관심이 있었다. 논문 표절 논란이 일었고 모든 이들이 그를 걱정했지만 송유근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어제의 송유근을 뛰어넘고 싶다. 난 그저 밤하늘과 별이 좋아서 학문에 몰두하는 것이다"며 박사 학위 취득 실패 이후에도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그는 그 어떤 것도 쉬운 것이 없었다. 지도교수 없이 연구를 하고 있는 것도 장벽이 되었다. 그럼에도 송유근은 작은 기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작은 세미나에서의 발표 기회를 얻어 행복해 하던 송유근은 갑작스런 취소 통보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보던 송유근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이에 송유근은 "그 동안의 일들이 다 생각나셔서 그런 것 같다. 가끔 저렇게 가슴 아파 하실 때 마다 내 마음도 쓰라린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의 어머니는 "가끔 그만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아이는 아직 토성도 못봤다고 말한다. 부모로서 아이를 서포트해주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역할인 것 같다"고 그의 길을 묵묵히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 털어 놓았다.
현재 그는 '오카모토 방적식'의 신화를 만들어낸 오카모토 명예교수와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송유근을 공동 연구자로 일본 국립천문대에 추천한 사람이기도 하다. 오카모토 교수는 송유근에 대해"가능성이 충분한 청년을 망가뜨리는 것은 한국에서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정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서포트가 필요하다면 나는 전력을 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송유근은 "올 겨울에 군입대를 해야 한다. 입대전까지 완벽한 2개 이상 논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80대 학자와 스무살의 학자는 별을 통해 서로를 알아 보았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청년의 손을 잡아 준 어른. 블랙홀을 쫓아 온 청년의 곁에 이제는 노스승이 함께 하고 있었다. 송유근는 오카모토 교수에게 "한국에서는 멘토나 동료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정말 감사하다. 한국말의 '감사하다'는 말에는 존경의 의미도 담겨있다. 다시 한번 교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표절 논란 후 혹독한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계 양대 학술지 두 곳에 논문이 통과된 후 받아든 주민 등록증. 송유근은 "난 지난 3년 동안 성인식을 치뤘다. 이제 비로소 성인식을 마치고 진청한 성인이 된 것 같다"며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기뻐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군입대에 대해 "인생 최초로 전국의 또래 청춘들과 함께 뛰고, 함께 생활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군대 생활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하나의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전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