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희는 지난 이틀 동안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을 둘러싼 당시 이명박 정권과 삼성 그룹의 정경유착 그리고 이어진 삼성의 평창올림픽 유치 로비와 관련된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과정이 어쨌든 결국 다 나라를 위한 일 아니었냐는 논리 앞에 침묵하기보다는, 언론으로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편한 진실도 직시해야 한다는 판단에 오늘(11일)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된 이후 삼성은 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만듭니다. 'V11'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2011년에 승리하자는 뜻입니다. 이 조직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 김재열 씨였습니다.
먼저 이 조직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정경윤 기자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기자>
2010년 3월 16일 황성수 전 상무의 메일에서 새로운 단어가 눈에 띕니다.
'V11' 2011년에 필승하자, 'Vicotry in 2011'의 준말로, 앞으로 평창 유치 문구 대신 이 코드명을 쓰자고 윤주화 전 사장에게 보고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각 해외 법인에 업무연락과 IOC 위원이라는 이름의 파일을 보냅니다.
V11의 업무는 또 다른 메일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매월 위원별 접견 실적과 성향 변화를 분석해 달라, 지역별로 목표를 정해놓고 진행 사항을 보고한다, 즉, IOC 내부 현안을 파악하고 IOC 위원들을 관리하는 겁니다.
12월에는 현지 법인장들이 참여하는 연말 보고회까지 준비합니다.
해외법인을 전진기지로 삼성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관여한 겁니다. 이런 V11의 활동 상황은 황성수, 이영국 상무, 윤주화 사장 등 삼성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사들만 공유했습니다.
평창 유치 성공하면 누가 뭐래도 공은 회장님과 그룹 몫으로 돌아올 테니라는 문구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을 보고받은 사람은 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전무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전무는 황성수 상무와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삼성 해외 법인을 통해 입수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이건희 회장의 일정을 함께 다니며 IOC 위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부 구멜/나이지리아 IOC 위원 : 아카풀코에서 김재열, 그리고 다른 한국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했어요. 같이 업무도 하고 대화를 나눴죠.]
2010년 10월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 총회에서는 IOC 위원들은 물론, 라민디악과도 미팅을 추진했습니다.
IOC 규정을 따라야 하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김재열 전무가 나선 걸로 보입니다.
당시 제일모직 소속의 김재열 전무가 직접 만났거나, 간접적으로 관리를 지시한 IOC 위원들은 메일에 드러난 것만 30여 명입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박진훈, CG : 박정준)
[삼성의 코드명 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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