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시절, 때때로 정말 극한의 벼락치기를 했습니다. 일명 '초치기'입니다. 하루에 두세 과목씩 시험이 있을 때면 정말 숨도 안 쉬고 '초 단위'로 끊어서 공부해야 하는데 당연히 잠자는 시간도 아깝기 마련이죠. 도서관에서 밤을 새고 그 다음날 시험 때까지 벼락치기를 하다, 시험이 끝나는 오후 3, 4시쯤 열량이 높은 삼겹살을 구워 먹은 뒤 학교 근처 DVD방에서 제일 긴 영화를 틀어달라고 해서 2시간 정도 잡니다.
그 후 간식거리만 사다 들고 도서관으로 향해 다음날 시험때까지 또 초치기를 하는 겁니다. 하루 2시간 수면에 자연히 1일 1식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할 짓이냐고요? 물론 시험 기간인 일주일 동안은 거의 거지꼴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도 눈꺼풀에 가득 올려놨다가 시험지에 후두두둑 떨어뜨리는 느낌으로 털어버리고 다음 날 되면 아무런 기억도 없는 '뇌순녀'가 되어버리는 거죠.
여기서 '커피냅'을 논하기 전에 미리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커피냅'은 절대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방법이 아니고,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따라서 수면학회에서는 오히려 '비추'하는 방법이며,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꼭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화물차나 버스를 매일 운전하는 직업운전자는 더더욱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벼락치기 하듯 어쩔 수 없을 때, 예를 들어 명절에 고향 내려가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졸음이 쏟아질 경우, 졸음쉼터나 휴게소에서 쪽잠을 자야 할 텐데요. 이럴 때 그냥 자는 것보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자는 게 깨어났을 때 더 정신이 맑은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밤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절대 수면의 질을 높일 수는 없다는 점 강조 또, 강조하겠습니다.
가끔 커피를 마셨는데도 잠이 쏟아지고, 또 어떤 때는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그냥 낮잠을 잤을 때 보다 정신이 말똥말똥해진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바로 이런 원리를 '커피냅'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이 15분에서 20분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이 시간 동안 선잠을 자서 아데노신을 없애는 동시에 깨어났을 때는 카페인이 효과를 발휘하며 일명 '멍 때리는' 느낌을 지울 수 있는 겁니다.
커피냅이 효과를 보려면 20분 이내로 자야 합니다. 그 이상 잠자게 되면 깊은 잠의 단계까지 진행돼 잠이 덜 깨서 피곤하고 나른한 '수면 무력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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