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혼하는 부부가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이혼 건수는 10만 7천 300여 건. 이 가운데 절반은 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부였습니다. 부부가 헤어진 뒤 아이를 키우는 쪽에선 양육비가 가장 큰 화두가 됩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혼부부가 양육비 분담액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평균 양육비를 3년 만에 변경한 개정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공표했습니다. 월 53만 2천 원∼266만 4천 원으로 오른 건데, 현행 49만∼227만 원보다 평균 5.4% 인상된 겁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올라야 무슨 소용이냐'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혼 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80% 이상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양육비 문제 해결할 법적 장치 없어
12년 전 이혼한 뒤 세 자녀를 혼자 키우고 있는 54살 조 모 씨를 만났습니다. 조 씨는 두 차례의 양육비 재판을 치렀습니다. 두 번 다 승소. 그러나 전 남편은 아직까지 한 푼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조 씨는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안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 모 씨 : 상대방 쪽에서 돈을 줘야 되는데요. 근데 거기서 이제 아무 대답이 없고, 서류를 계속 보내고 거기 주소지에 사는데도 우편물도 받지 않고 자기는 못 받았다고 얘기를 하고 지금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 前 배우자 연락돼야 신청 가능
이혼을 하게 되면 전 배우자의 연락처나 근황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연락처와 주소를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모르면 그나마 이행관리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3년 전 이혼한 35살 김 모 씨는 이혼 당시 양육비 50만 원을 약속 받았지만, 한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행관리원의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전남편과 연락이 끊겨 신청조차 못했습니다.
[김 모 씨 : 합의 이혼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한 달에 50만 원 양육비 주기로 했었어요. 그랬는데 한 번도 못 받았죠. 그래서 제가 전화로 몇 번은 얘기를 했죠. 달라고, 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안주더라고요. 이행원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거는 그 사람의 거주지와 소득이 확인이 돼야 하고 뭐 이런 규정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해당 사항이 없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소득은 회사도 모르고 이러기 때문에 대상자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접수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 : 가장 큰 문제는 못 받고 있어서 지금부터라도 좀 받아야 되겠다고 이제 이행관리원을 통해서 신청을 하고 절차를 시작할 때부터 상대 배우자의 정보 공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쪽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면 시작이 안 되는 거죠. 아니면 좀 더 효율적으로 아예 이혼할 때 정보 공개 동의서를 서류에 저는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양육비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모'
그런데 법적으로 결혼한 이혼 부부들 보다 더 힘든 처지인 한부모가 있습니다. 바로 미혼 혹은 비혼 부모의 경우인데요. 양육 부모가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30대 초반의 이 모 씨는 7년 전 임신 당시 아이 아빠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헤어지게 되면서 미혼모가 됐습니다. 고시원에서 혼자 살며 아이를 출산해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양육비를 청구하기 위해 이행관리원에 접수했지만 아직 양육비는 받지 못했습니다.
[이 모 씨 : 양육비 소송하는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상대방을 보기 싫지만 큰 마음 먹고 했죠. 감치(양육비 이행명령 지키지 않아 구치소 수감) 까지 했는데도 안 주고… 소송 해도 못 받을 거 같으니까 포기하는 엄마들도 많거든요. 아예 엄두도 못 내는 엄마들도 많아요.]
● 해외선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구상권 청구
지난해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접수된 9천 500여 건 가운데, 미혼 비혼 가정의 상담 건수는 536건. 이 가운데 소송이 완료된 사례는 7건에 그쳤습니다. 독일과 스웨덴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준 뒤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또 미국과 영국, 캐나다처럼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을 갱신해주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한승미/변호사 : 현행 법 제도는 나라에서 선지급을 해서 경제적 손실을 국가에서 복지 비용으로 부담하겠다라고 나서지 않는 이상은 양육비 채무자라고 할 수 있는 비양육친이 양육비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방법은 정말 없습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양육비 불이행에 관해서 형사 처벌합니다. 여권 발급을 거부하거나 운전면허증 갱신을 거부하거나 행정적인 절차들 피부에 와 닿는 불편들을 주면서 이 사람이 양육비를 안 줄 수 없게 몰아가는 그런 제도들이 있습니다.]
아동 복지의 측면에서도 필요한 양육비 집행. 전문가들은 양육비 이행과정관리원의 정보 조회 권한을 확대하는 등 강제성 부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양육 하지 않는 쪽의 부모 역시 자녀 양육비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라는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