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외환위기 20년…경제 체력 좋아졌는데 성장 활력 '뚝'

외환위기 20년…경제 체력 좋아졌는데 성장 활력 '뚝'
외환위기 20년, 한국경제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제는 다시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그때와 같은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국민 삶의 질이 그만큼 개선됐느냐 하는 점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습니다.

성장률은 물론 일자리 지표 등은 오히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후퇴한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때와 20년이 지난 현재 거시지표를 비교해 보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몰라볼 정도로 탄탄해졌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2억8천500만 달러 적자였습니다.

올해는 1∼9월 누적 흑자가 933억8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20년 전 구제금융은 보유외환 부족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당시 연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에 불과해 '환란'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외환보유액 사상최대
특히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의 비중은 286.1%에 달했습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화 빚이 지갑 안에 들어 있는 돈보다 3배 가까이 많았던 셈입니다.

이에 비해 올해 10월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천844억6천만 달러로 20년 전의 18.4배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세계에서 9번째로 달러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30.8%(6월 기준)로 뚝 떨어졌습니다.

단기 외화 빚을 다 갚아도 잔고가 현재의 70% 가까이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주식 시장은 상전벽해 수준입니다.

1997년 12월 코스피지수 종가는 376.31이었지만 지난 16일 기준 종가는 2천534.79로 6.7배 올랐습니다.

자연스레 외부에서 보는 평가도 수직상승했습니다.

1997년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는 한국을 각각 B+, B-, Ba1 등 '투기 등급'으로 평가했습니다.

20년 뒤인 현재는 각각 AA(11계단 상승), AA-(12계단 상승), Aa2(8계단 상승)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세 곳의 평가 모두 일본보다도 등급이 두 단계 높습니다.

대외건전성과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달라졌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에 우리 경제는 7.6%, 1997년에 5.9% 성장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 -5.5%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이후 한국경제는 다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도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8%를 기록하는 등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입니다.

올해 3년 만에 3% 성장률 복귀가 확실시되지만 내년 이후에도 이같은 추세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도 우리 경제의 생산성은 여전히 저조합니다.

IMF는 최근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미국의 50% 정도 수준"이라며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공업(2010년=100) 노동생산성지수는 2008년 88.5에서 2016년 96.5로 9.0% 개선되는 데 그쳤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래를 짊어질 젊은층의 취업난이 심각합ㅈ니다.

지난 10월 청년실업률은 8.6%로 동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 3은 21.7%로, 청년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실업 관련 이미지
양극화 심화 역시 외환위기 이후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자리잡았습니다.

KDI 인식조사에서 IMF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 무엇이냐고 묻자 응답자의 31.8%가 소득·빈부 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를 꼽았습니다.

외환위기가 가져온 긍정적·부정적 변화보다 앞으로도 이같은 위기가 재현될 수 있는지, 있다면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중요합니다.

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관측은 다소 엇갈립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통화가 없는 나라가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성장률을 높이려다 보면 언제든지 자본유출로 인한 외환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위기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기업·금융 부문의 안정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대외 개방성이 크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오면 흔들릴 수 있지만 외화 보유액이나 단기외채 비율, 기업 이자보상배율 등 채무 상환 능력 지표를 보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들은 위기 재발 여부보다는 한국경제가 고질화 된 저성장의 구조적 원인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실장은 "한국의 인구 구조를 보면 일본과 약 20년 차이를 두고 고령화 등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감소하고 경제 전반이 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교수는 "저성장이 중국의 추격이나 산업 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확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교육 개혁, 연금제도 손질, 기술력 향상 등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외환위기 20년…'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대기업들, 남은 과제는?
▶ 외환위기 실직 뒤 20년…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