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C 씨는 금요일 저녁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한턱 내겠다"는 말을 던졌습니다. 삼겹살과 소주로 1차를 기분 좋게 끝내고 계산을 마친 C 씨는 2차를 가자는 일행의 말에 멈칫하게 됩니다.
■ "한턱 쏜다!"…'한턱'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한턱'이라는 말은 '한턱을 내다', '한턱 쏘다'라는 표현으로 일상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한턱이라고 하면 신체 부위인 턱과 관련된 말인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사실 한턱은 순우리말로 단어 자체에 '한바탕 남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화해주'로 시작한 술자리가 술값 때문에 법정 다툼까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한턱의 기준을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996년 9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A 씨와 B 씨는 화해를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A 씨가 화해주의 의미로 "한턱내겠다"고 말했고 두 사람은 동네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술값으로 나온 금액은 90만 원.
예상했던 금액을 훌쩍 뛰어넘자 A 씨는 "애초에 술값이 30만 원 정도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B 씨에게 술값을 나눠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B 씨는 "한턱내겠다고 했으면 술값 모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A씨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두 사람의 다툼은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됩니다.
■ 한턱의 기준 내린 판사…처음 주문이 중요한 이유는?
당시 사건을 맡게 된 서울지법 남부지원의 박해식 판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전적으로나 법적으로 정의된 한턱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로 조정신청을 한 판례도 없었습니다. 박 판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건을 회상하며 "한턱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본인이 처음에 스스로 주문한 술과 안주 가격'이 한턱의 기준이고 이후 다른 사람이 주문하거나 추가된 메뉴에 대해서는 나눠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A 씨와 B 씨는 박 판사의 판결에 수긍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