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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레임 전쟁 ③ '친안' 아닌 '반문'…안철수의 3대 위험요소

[취재파일] 프레임 전쟁 ③ '친안' 아닌 '반문'…안철수의 3대 위험요소
5년 전 안철수와 청년자문단
▶ [취재파일] 프레임 전쟁 ② 문재인의 '적폐' 프레임…드러난 한계


● 사라진 '안철수 현상'…'반문' 프레임의 아이콘으로

5년 전 대한민국은 안철수라는 인물에 열광했습니다. 정당도 조직도 없고 심지어 정치인도 아닌 안철수에게 40%가 넘는 지지를 국민들은 보냈습니다. 언론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안철수 현상'이라고 불렀습니다. 2012년 11월 22일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 포기 선언을 한 이후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가 "이겼다!"며 쾌재를 불렀다는 얘기들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안철수는 정치인이 됐지만 5년 전 안철수 현상은 사라졌습니다. 양보의 ‘아이콘’이다.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는 정치적 멍에가 됐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사실상 석권하며 정치적 재기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40석에 못 미치는 원내 3당이 정치인 안철수의 영향력을 대표하는 현주소였습니다. 대선 후보 지지율도 10%를 넘기기가 버거웠습니다. 안철수 현상의 빈자리를 조직력으로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현실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새정치 아이콘'은 '반문의 아이콘'으로 변신해 이번 대선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습니다. 보수 후보들의 부진으로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보수 표심의 '기표'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보' 이슈를 쟁점화하며 문재인 후보와의 이념적 거리를 더욱 벌려 나가고 있습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대선후보로서는 도박에 가까운 행보로 보입니다. 진영논리를 파괴하는 새로운 정치문법입니다.

● 안철수의 '우향우'…애매모호함이 경쟁력으로

여론은 안철수 후보에게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3당의 후보가 대선 막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상황입니다. 이전 대선까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대선후보들의 지지층은 결집하기 시작합니다. 막판 한 달 동안 끝내기 승부를 해봤자 ‘반집싸움’ 일뿐 대세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시간표가 빨라지긴 했습니다만, 안철수 후보 지지율의 약진은 주목해볼 만합니다. 안 후보 지지율에는 보수 표심의 상당수가 흡수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보수 후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념적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정치인 안철수의 최대 약점은 이념적 성향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외쳤습니다. 선거 때마다 선명성 경쟁으로 진영논리는 강화됩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명확한 잣대를 요구하는 기존 선거구도에서 안철수의 이른바 양다리 전략은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보수 후보들이 고전하는 이례적인 대선판도가 펼쳐지면서 안철수 후보의 애매모호함은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이념지형의 분산투자 전략'이 주효한 것입니다. 일주일새 안철수 지지율의 수직상승은 호남의 패자였던 안철수를 '적'이나 개량 '진보'로 폄하했던 보수 표심이 안철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친안' 아닌 '반문', 안철수 지지율의 함정

안철수 후보 지지율의 최대약점은 역시 '거품' 논란입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걸 안철수를 지지하는 '친안'의 결집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리스크' 이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던 보수 성향의 표심이 급격하게 유입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이른바 '반문' 세력이 안철수 후보를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건 이탈 가능성도 크다는 뜻도 됩니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더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겁니다. 선명성 경쟁도 가속도가 붙겠죠. 언제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반문' 정서를 유지하며 갈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역시 국민의당의 약한 조직력이 안철수 후보에겐 가장 큰 위험요소입니다.

● 보수정당과 '더민주'의 파상공세…두 개의 전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면서 문재인 캠프의 공세는 더 날카로워졌습니다. 조폭 동원에 부정선거 논란, 딸의 재산공개를 압박하며 파상공세가 시작됐습니다. 밀월관계로 의심받던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와 '보수 선명성' 기치를 내 건 홍준표 후보도 안철수 후보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네거티브 공세는 계속될 겁니다. 크고 작은 검증공세가 계속되면 가랑비에도 옷은 젖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더 큰 위험요소는 보수와 진보진영 양쪽에서 두 개의 전선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파상공세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총선 '마이웨이' 전략으로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본받아(?) 이번 대선 역시 한 달 동안 독자노선을 고집할까요? 국민의당의 조직력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습니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가면 멀리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선거는 결국 몸집을 불리는 전쟁입니다.

● 보수 표심의 선택적 지지 믿을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보수 표심은 선택적 지지에 인색한 편이었습니다. 사표를 감수해서라도 찍고 싶은 사람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97년 대선에서 일부 보수 표심이 이회창 후보 대신 이인제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보수 표심이 과연 안철수 후보를 보수 후보로 평가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20년이 흐른 지금 보수 표심도 달라져 선택적 지지를 감행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또 선거 막판 '보수 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지는 드라마가 연출될 경우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과연 흔들림이 없을지 의문이 남습니다. 불안요소가 곳곳에 남아있는 현실에서 한 달이라는 대선 기간이 안철수 캠프에게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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