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60대 경비원이 주민들을 대피시키다 쓰러져 숨졌습니다. 주민들은 텅 빈 경비실에 감사의 쪽지와 국화꽃을 가져다 놓으며 추모했습니다.
김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텅 빈 경비실 유리문에 하얀 국화꽃과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정성 들여 쓴 편지부터, 삐뚤빼뚤한 글씨체의 초등학생 편지까지.
하나같이 주민을 대피시키려다 숨진 경비원 아저씨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불이 난 것은 지난 18일 오전 9시쯤.
불이 아파트 내부로 옮겨붙지는 않았지만, 환풍구를 통해 연기가 확산하고 정전으로 엘리베이터도 정지된 다급한 상황.
아파트 경비원 60살 양 모 씨는 "대피하라"고 외치며 15층 아파트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차례 아파트를 오르내리던 양 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9층 계단에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1년 전부터 이 아파트에서 일해 온 양 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현승/유가족 : 짧은 인생 이렇게 가셨지만, 형님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다, 생명을 구하다 돌아가셨으니까 영원히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양 씨의 노력으로 아파트 주민 60여 명은 무사히 대피했습니다.
[박상철/아파트 주민 : 굉장히 열심히 주민을 위해 일해주시고 정이 많이 갔던 분이에요. 다른 경비원들보다 열심히 사신 분이에요.]
아파트 주민들은 숨진 양 씨를 추모하기 위해 경비실 한쪽에 작은 추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신호식)